대기업 중심의 산업자본은 도시를 급팽창시켰다. 1997년 당시 16만 명이던 아산의 인구는 지금 32만 명이다. 20년 간 딱 `두 배` 늘었다. 이웃한 천안에도 산업발전의 풍선효과를 가져왔다. 천안인구는 당시 30만 명에서 현재는 65만에 이른다. 전철과 KTX가 개통되고 대기업 배후 신도시가 건설됐다. 땅값이 오르고 졸부가 생겼다. `서울시 아산구`, `아산시 삼성동`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아산시가 1997년 2017년의 도시계획인구수를 60만 명으로 설정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행복도시의 조건이 인구 증가인줄만 알던 시절이다. 그 `뻥튀기 인구수`에는 삼성과 현대차라는 든든한 빽이 기반이었다. 도시는 재빠르게 체세포 분열됐다. 아산 굴기의 현대사다.
하지만 성장엔 그늘이 있기 마련. 신자유주의적 팽창도시의 이면에는 양극화라는 뼈아픈 상처를 드러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하위층은 확대됐다. 상위의 부는 더 편중됐다. 일상화된 구조조정,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갈 직장이 없어도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청년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30대의 퇴출 공포감, 학교 보다 학원에 익숙해져 밤 10시 귀가하는 청소년들,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노년들, 생활고로 우울증을 앓는 주부들, 저임금 생활자, 자영업자들의 한탄이 나온다. 발버둥쳐도 가계부채는 늘어간다. 고용노동허가제로 사업장 이동을 하지 못해 고통받는 청년 이주민의 설움도 가득하다. 민낯이자 산업화의 생채기다. 현실은 치명적이다. 아산 우체국 집배원의 잇따른 과로사,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 등 잇따른 자살, 생활고로 어린 두 아들 살해한 비정한 엄마 사건, 수험생 자살사건이 터진다. 97년 체제의 빛과 그늘이다.
이제 아산은 20년 전 외환위기의 체제를 벗어나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됐다. 아산 시민은 대기업 중심에서 시민중심의 포용도시라는 새로운 체제를 원하고 있다. 그건 `97년 체제` 너머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대내적 국정목표는 소득주도성장, 포용적 복지국가, 국민주권 정부 실현이다. 소득주도성장은 97년 외환위기 체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산업화의 모순이 점철된 아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동의한다면, 그것은 삼성과 현대의 대자본의 낙수라는 도시 성장전략을 뛰어넘는 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산에 `소득주도성장의 알고리즘`을 이식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이 보이콧하면 허사다. 일자리를 나누고, 이익을 공유하는 것도 결국엔 기업들 하기에 달렸으니 하는 말이다.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믿어보자. 이찬선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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