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이야기Ⅱ: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

정치와 전쟁, 사상이 국가를 어떻게 바꾸는가. History repeats itself, 역사는 되풀이된다. 과거의 역사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기에 사람들은 역사서를 읽는다. 로마인 이야기로 대중과 친숙한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저술한 그리스인 이야기 두 번째 책이 출간됐다. `그리스인 이야기Ⅱ 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는 BC(기원전) 461년부터 BC 404년까지 그리스 아테네의 흥망성쇠 과정을 그렸다. 책은 1부 민주정치의 황금시대, 2부 우중정치 시대로 나뉘어 그리스인들이 당시 겪었던 일들을 시기적으로 나눴다.

1부에서는 페리클레스를 필두로 아테네가 이룩한 황금시대가 펼쳐진다. 페르시아전쟁 후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고대 그리스를 양분하는 강국이 됐다. 당시 아테네의 발전은 눈부셨고, 민주주의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실현된 일이 없을 만큼 원활하게 작동할 정도였다. 아테네는 델로스동맹의 맹주로 부상하며 수도에만 10만여 명이 넘는 인구가 살았고, 도시국가에서 한 척도 운용하기 힘든 삼단 갤리선을 200척이나 거느리는 등 최강의 해군력을 가졌다. 이 같은 발전을 토대로 파르테논 신전을 재건하고, 해마다 축제와 연극, 경기를 열며 문화 예술이 융성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리스인 이야기를 통해 아테네와 민주주의의 성장, 과정을 기술했다.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끌어갔던 페리클레스가 시민을 통합하려 노동자 계급의 생활을 보장하고, 사회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펼친 것을 비롯해 동맹을 유지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이런 황금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스인 이야기Ⅱ 2부인 우중정치 시대는 선동자 클레온을 비롯해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갈등이 다뤄진다. 페르시아전쟁이 끝나고, 48년간 그리스인들은 평화와 변영을 누렸다. 이후 BC 431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했고, 아테네는 항복과 함께 강제로 스파르타의 동맹국이 됐다. 이 전쟁으로 델로스 동맹이 해체됐음은 물론이고, 아테네의 자랑이었던 해군은 소멸됐다. 특히 민주정치를 포기하고 과두정치를 강제로 이행해야만 했다. 저자는 아테네가 100년간 유지한 민주정치가 한순간에 상실하고, 쇠락한 것이 아니며, 단순히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한 것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테네의 추락을 이들만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그리스 전체가 패했다. 자기들이 쌓아 올린 가치관을 스스로 붕괴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스인 이야기Ⅰ이 계급의 갈등 해소, 체제 안정, 경제력 향상, 국난 극복 등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을 그렸다면 2권은 체제의 완성과 몰락을 그려냈다.

시오노 나나미는 페리클레스 시대 이후의 그리스 세계를 두고 "아테네인뿐만 아니라 그리스인 모두가 양식 없는 사람으로 변했다"며 "민주정치가 이데올로기로 변한 시대에 도시국가 아테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쇠퇴뿐이었다"고 평했다. 정재훈 기자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4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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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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