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우리가 먹은 음식

오늘날 음식 문화의 뿌리는 언제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일까? 냉정하게 말하면 그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그 전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사는 마을을 벗어날 일이 없었다. 식사는 으레 집에서 하는 것이었으며, 여행자도 외식 문화도 없으니 음식점이 존재할 턱이 없었다.

근대적인 의미의 음식 문화가 태동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였다. 최초의 요릿집이 문을 연 것은 우리가 국권을 상실하기 직전이었지만,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뒤에도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1920년대가 되자 상황이 일변했다. 음식 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때를 기점으로 전통 음식 문화와 근대 음식 문화의 경계선이 확연히 아로새겨진다.

우후죽순 음식점과 선술집이 생겨났다. 이 당시 냉면, 설렁탕, 추어탕, 군고기, 떡국, 만두… 민초들의 사랑을 받은 대중요리가 등장했다. 관북지방에서나 즐기던 냉면은 191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평양에 냉면집이 생기고, 1920년대가 다 되어서야 경성(서울)에 상륙했다. 100년 전만 해도 서울 사람들은 냉면을 몰랐다는 이야기다. 고기를 음식점에서 구워 먹는 문화도 1920년대 중반 서울 전동의 대구탕집에서 시작된 것이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퍼졌다. 음식 배달부도 등장한다.

문화혁명과도 같았을 이 격랑의 양상은 어땠을까?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보수와 개혁이 충돌하고 일합을 겨루던 그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던 현장은 요리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문학이 있다. 이때는 마찬가지로 근대문학이 여명기에서 중흥기로 들어서는 참이었다. 숱한 문인·문사들이 이 드라마틱한 장면을 소설로, 산문으로, 르포르타주로, 기사로 담아냈다. 우리 문학이 이 시기 음식 문화의 혁명적 변화를 얼마나 생생하게 포착해 냈는지 이 책은 보여준다. 이호창 기자

백석·이효석·채만식 외 지음/ 가갸날/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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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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