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 되면 `보졸레 누보, 도착(Beaujolais Nouveau, Arrive)`이라고 써붙인 프랑스 전역의 레스토랑과 선술집에는 식당 앞길까지 배치된 탁자에 사람들이 몰려 앉아 갓 출시된 햇와인을 떠들썩하게 즐깁니다. 9월 초에 수확한 가메(Gamay) 품종으로 만든 보졸레는 1주일정도만 발효시키고 4-6주가량 숙성시켜 만들기에 타닌 성분이 강하지 않아서 바디감이 가볍고 특유의 과일향이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보졸레 누보 축제의 전통을 만든 장본인은 `보졸레 누보의 선구자`로 불리는 조르쥬 뒤뵈프(Georges Duboeuf)입니다. 1964년 와이너리 설립 이후 조르쥬 뒤뵈프는 `빨리 생산해서 빨리 마셔야 하는 와인`인 보졸레 와인의 약점을 역이용하여, `그 해에 수확한 포도로 바로 생산해서 가장 먼저 마시는 신선한 햇와인`이라는 역발상 이미지로 마케팅을 펼칩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이전까지 보르도 지방이나 부르고뉴의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한 이미지였던 보졸레 누보는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이에 프랑스는 1985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전 세계 동시 출시일로 지정하여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출시일에 맞추기 위해서 항공편을 동원하여 보졸레 누보를 수입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도 갖가지 행사와 축제가 벌어집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보졸레 누보가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한국에 처음 보졸레 누보가 들어오게 된 것은 1999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졸레 누보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최전성기를 누린 시기는 2000년 중반으로 다수의 호텔들이 와인시음 축제를 벌였고, 대형마트나 GS25 등의 편의점들도 11월 초부터 보졸레 누보 예약을 받으면서 한껏 분위기를 고무시켰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동시 판매가 원칙이라 생산된 햇와인들을 빠르게 전 세계로 보내기 위해 비행기로 운송하다 보니, 비싼 운송비가 와인 가격에 포함됩니다.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가볍게 마시는 테이블 와인(3000-5000원)인데 한국에서 유독 프리미엄 이미지를 붙여서 비싸게 판다고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신대륙 와인에 비해 가성비에서 밀리는 보졸레 누보의 인기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마케팅으로 밀어붙여도 그 가격대에 꾸준히 찾을 수 있는 매력이 보이지 않는 와인이다 보니 초반 마케팅으로 밀어붙인 매출은 곧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칠레 산페드로(San Pedro)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1865`는 국내 판매 칠레 와인 중에 단일 브랜드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와이너리의 설립연도인 1865년에서 따온 브랜드 1865는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한 와인입니다. 18홀 65타라는 단어의 유사성을 활용하여 골프와인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여 여타 와인과는 다른 독특하고 고유한 위치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18세부터 65세까지 누구나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든가, 100여 년 이상 된 1865년산 와인으로 오인해서 밤손님이 다른 귀한 와인은 그대로 두고 1865만 훔쳐갔다는 실제로 발생했는지는 의심이 되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대전 서구 용문동에 위치한 대전 프랑스문화원(Alliance francaise)은 11월 17일 금요일에 보졸레 누보의 밤을 개최합니다. 이 행사에는 보졸레 누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와인 시음을 하실 수 있으며 와인과 곁들어 드실 수 있는 프랑스식 안주가 제공됩니다. 프랑스 샹송 가라오케, 보드게임, 베이비 풋, 다트 등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어권 사람들과 프랑스 애호가들의 만남, 프랑스 음식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니 시간 되면 참여해보시길 바랍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