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개항 이후 관심을 가진 것은 수신사를 파견해 일본 문물과 서양의 기술·문화를 들여오는 일이다. 1876년 일본에 건너간 수신사 김기수는 난생 처음 일본 열차를 타봤다. 조선에 돌아와서는 보고 느낀 것을 적은 `일동기유`를 통해 일본 철도 시승기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동 수단이 말과 배밖에 없던 조선에 철도를 처음으로 알린 것이다. 서양 문물을 수용할 준비가 덜 된 조선은 열강의 철도건설 압박과 회유에 직면한다. 당시 일본과 영국은 광산·석탄 이권과 관련해 철도 건설의 필요성을 조정에 압박하며 왕과 백관귀족을 설득하기에 이른다. 1889년 미국주재 한국대리공사 이하영이 미국 철도 모형을 들고 들어와 왕과 사대부에게 보여준 것이 조정의 뜻을 움직이게 했다. 이렇게 해서 외국자본에 의해 1899년 9월 18일 제물포-노량진 간 경인선이 개통됐다. 한국 철도는 비록 외국자본에 의한 출발이었지만 일제강점과 동족상잔 등 고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 철도사에서 새 시대를 연 것은 고속철도(KTX) 건설이다. 고속철도는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는 열차를 일컫는다. 세계 최초 고속철도는 1964년 개통된 일본의 신칸센이다. 이후 프랑스(TGV), 이탈리아(ETR), 독일(ICE), 스페인(AVE)에서 각각 개통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서울-부산 간 경부고속철도 건설계획에 따라 2004년 처음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됐다. 2010년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서 서울-부산은 2시간 20분대로 단축됐다.

2015년 호남고속철도에 이어 작년 말에는 수서고속철도가 개통됐다. 내달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서고속철도(경강선)가 개통을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동서남북을 잇는 고속철도 시대를 앞두고 있다. 경강선은 인천국제공항과 강릉을 잇는 총 연장 277.5㎞로 이 중 원주-강릉 구간은 21.7㎞의 국내 최장 산악터널이 지하 최대 780m 깊이에 위치하는 등 고속철도 건설 결정체다.

우리나라 고속철도(시속 250㎞ 이상)는 총연장 657.4㎞로 정시운행률이 98.3%를 자랑할 만큼 최고수준이다.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전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내달 개통하게 될 경강선은 국토균형발전뿐 아니라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산간지역인 강원도가 고속철도시대를 맞이하면서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곽상훈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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