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결국 갈라졌다. 바른정당 창당 주역인 김무성 등 9명의 의원들은 어제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한국당에 복귀할 것임을 천명했다. 지난 5월 13명의 의원이 바른정당을 뛰쳐나가 한국당으로 옮겨간 뒤 두 번째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11명으로 쪼그라들며 교섭단체의 지위도 상실했다. 추가 탈당도 예고되어 있어 사실상 와해 수순으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정당 탈당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집단탈당을 결행하는데 있어 원칙이나 명분을 찾기 어렵거니와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인위적 이합집산과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개혁보수, 따뜻한 보수를 기치로 내건 바른정당의 태동은 자못 비장했다. 이들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개입으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면서 우리 정치판에 신선한 기운을 불러일으켰다. 20대 총선 공천과정의 구원(舊怨)이 있었다고는 해도 진부한 보수정치를 혁파하겠다는 명분으로 창당을 결행했고 국민들도 이에 공감했다. 진정한 보수, 새로운 보수정당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태생부터 한계를 노출했다. 탈당파는 보수개혁에 진정한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카드로 바른정당을 활용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자당 후보에 대한 지지보다는 정치적 계산에만 몰두했던 행태도 이를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만들겠다던 바른정당의 실험은 탈당파의 이탈로 무산되는 모양새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복귀는 9일 이뤄질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제외하고는 이들이 떠날 때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 보수통합을 탈당과 복당의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더구나 보수분열을 가져온 근본 원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탈당파의 한국당 복귀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몸집을 불리고 정치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정략적 이해의 결과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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