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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겨울

2017-11-06기사 편집 2017-11-06 17: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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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속 개구리나 나무 옹이구멍 속 다람쥐는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긴 잠에 빠져 든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는 혹독한 환경을 회피하는 편리한 생존방식이다. 최소한의 신진대사만을 하며 가사 상태로 지낸다. 노트북 컴퓨터를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을 때 대기모드로 전환돼 소비전력을 줄이는 방식과 비슷하다.

한겨울 꽁꽁 언 발을 동동 거리다 보면 사람도 겨울잠을 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과학향기 에피소드 중 하나는 사람도 겨울잠 유전자 갖고 있다는 답을 준다. 연구원을 외국의 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원시 포유류에서부터 겨울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현재 겨울잠을 자지 않는 포유류도 외부에서 자극을 주면 겨울잠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겨울잠 능력을 에어컨이라고 보면 내부 전자회로도 멀쩡하고 스위치도 온전히 있는 상태로 다만 전기 플러그만 빠진 상태라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겨울잠 능력을 최근 다시 부활시키려 한다. 우주여행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손님인 냉동수면에서부터 상당한 기술 발전을 이룬 저체온 수술, 불치병 환자의 생명 연장 등을 위해서다. 스크린에서나 볼 수 있던 비행드론이나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화되는 것처럼 언젠가는 인공겨울잠도 가능해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가 오기 전까지 겨울을 고스란히 이겨내야 하는 이들이 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겨울은 공포의 존재였다. 솜옷조차 못 입고 겨울을 나는 이들도 많았다. 온돌이 있긴 했지만 화력원은 나무가 전부였다. 땔감이 풍부한 산 근처에 사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아침밥 지을 때 잠깐 불을 땐 온기에 기대 하루를 보내야 했다. 겨울에는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밥도 한 끼나 두 끼로 버티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비교적 태평성대였다는 18세기 영조 때는 한성부에서 하루밤 사이 얼어죽은 이가 200명 가까이 나왔다는 기록도 있다.

자연을 여러모로 활용하는 요령이 생긴 요즘 동장군의 서슬이 예전만 못하긴 하다. 그러나 겨울, 생활고나 혹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직접적으로 얼어죽은 것은 아니지만 넓게 보면 추위 탓이다. 땔감이 부족한 시절은 아니고 나눔의 문제다. 7일은 입동이다. 피할 수 없는 겨울의 문턱에서 누군가는 나보다 조금 더 추위가 매섭게 느껴지리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해본다.

취재2부 이용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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