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의 핵심이 되는 인공위성과 발사체는 첨단기술의 집합체다. 자동차 부품수는 약 2-3 만개인데 비해 위성은 3-4만 개, 발사체는 15만 개 정도가 필요하다. 부품 수가 많다는 것은 시스템 설계와 제작이 정교해야 하며 신뢰성이 높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에서 운행되는 자동차와는 달리, 위성은 영상 150도에서 영하 150도를 오가는 큰 온도 차이와 강력한 우주방사선 등 지상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서 작동해야 한다. 정비와 수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5년에서 10년 동안 작동해야 한다는 점도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다. 발사체에서는 3000도 이상의 극고온과 영하 180도에 달하는 액체산소의 극저온이 공존한다. 발사 직후에는 음속 20배로 가속되면서 극심한 진동과 소음, 압력을 견뎌야 하면서도 가벼워야 한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위성이나 발사체에는 온갖 첨단 기술들이 집약된다.

사실 한 국가 과학기술의 모든 정수가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 산업은 물론 국방과 안보기술로도 이용되기 때문에 모든 선진국들이 위성과 발사체 핵심기술을 철저한 비밀로 보호한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로켓 기술의 국가 간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기 위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존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천적으로 기술협력과 이전이 불가능한 기술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우주개발 후발국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다. 우주를 자주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술 자립화 외에 방도가 없다.

그런데 일단 독자적으로 우주 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면 국제협력의 기회가 확대된다. 점차 거대해 지는 우주 프로젝트의 특성 상 한 국가가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기술을 가진 나라들끼리 비용과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달 탐사 사업을 하면서 미국의 과학장비를 실어주고 미국에서 심우주항법을 지원받는 것이 중요한 예다.

우주기술은 산업적으로 수출장벽과 기술장벽에 싸여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먹거리와 탈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항공우주산업 규모는 8000억 $에 달해 자동차산업 다음으로 2차 산업에서 규모가 크고, 장치산업이 아닌 연구개발 중심의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고용효과도 아주 크다. 대한민국의 산업고도화와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최근 우주 산업은 국가주도의 체제에서 민간 주도의 형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미국은 유인우주개발을 담당하는 NASA 연구소에 민간우주개발과 민간 승무원을 양성하는 부서를 새롭게 만들었다. 일본도 민간우주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돈을 버는 우주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여 우주개발의 민간참여를 확대하고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민간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우주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우주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장기간에 걸쳐 우주개발에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자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난과 실패를 극복한 역사를 갖고 있다. 브라질처럼 우주개발에 나섰다가 큰 좌절을 겪은 국가들도 있다. 우리에게도 실패와 고난 극복은 예외일 수 없다. 정직한 노력과 투자에 비례한 결과가 있을 뿐이다.

우주개발은 국가와 국민의 장기간에 걸친 전략과 의지의 싸움이다. 우리에게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올바른 전략을 개발해 끈질기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학, 산업체, 연구기관들도 우수한 인력과 자원을 집중해 우주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국민들도 우주 개발 과정에서의 실패와 시행착오의 과정에 대해 일희일비 하지 말아 주시길 당부하고 싶다. 우주개발은 1-2년에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발된 우주기술은 국가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도약대가 된다. 더욱이 우주기술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로서는 국가의 생존을 지키는 국방안보 기술이기도 하다. 어렵지만 끈질기고 차분하게 우주 기술을 자립해 나아가야 한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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