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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의 시 한 편] 생선을 구으며 전영관(1950~2016)

2017-11-06기사 편집 2017-11-06 11: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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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불로 뒤집고

약한 불로 다시 뒤집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일상의 알몸을 통째로 굽는다.



노릇노릇 구워져 하루의 밥상에 오를 때까지

타오르는 열기 속에서 뒤집히고 또 뒤집힌다.



탁탁 소리 내며 반항하고 싶은

젊은 날도 있었지.

큰 불만 고집하다가

상처까지도 모두 태운 때도 있었지.



비린내가 풍긴다.

비린내가 묻는다.

한 끼의 맛있는 밥상을 위해

인내를 해야 하는 많은 시간들이

훨훨 날지 못하는 시든 지느러미 날개가 되어

불꽃 속으로 사라진다.



시인은 생선을 구우며 시 한편도 같이 구웠으니 그는 다만 아침상을 차린 것이 아니다. 생선 한 토막을 굽는데도 깊은 철학이 있거늘. 그건 삶의 비린내 남기지 않고 모두 지우는 게 가장 중요한 법. 불의 세기 잘 조절하여 재료를 다스려야 한다. 중간불과 약한 불로 다스리며 타오르는 열기 속에 뒤집고 또 뒤집는다. 노릇노릇 구워져 밥상에 오를 때까지. 인내와 기다림 필요하다. 이 어찌 한편의 시 쓰는 것과 비교해 쉽다 하랴. 더욱이 어머니 손 맛이 살아나기까지는 나의 생을 다 바쳐야 할지 모른다.

고등어 한 마리가 프라이팬에 올라와 구워지기까지. 그는 깊고 너른 바다 헤치며 등 푸른 생선으로 성장했을 것. 한 때는 상어의 공격 피해 수초 사이로 숨었을 것. 더러는 죽어간 동료 가운데 살아남았을 것. 어느 날 어부의 그물에 걸려 얼음 속에 파묻히고. 육지로 올라와 어느 주부 손에 들려와 불 위에 누웠으니. 궁극에 그는 프라이팬에 누워 노릇노릇 익혀지는 그 순간까지 불길 받아들인다. 익혀지며 끝내 비린내 지우고 지운다. 그건 바다의 흔적을 남김없이 태워버리는 것. 그런 즉 고등어의 최종착역은 프라이팬. 물을 넘어 얼음 타고 불에 이르러 바다 속 기억을 깨끗이 비우는 것. 김완하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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