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공원 공론화 결의안 동료의원 대신 서명

대전시의회가 월평공원 민간개발사업을 놓고 의회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5일 대전시, 시의회 등에 따르면 특정 의원이 월평공원 공론화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며 대리사인을 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물론, 공론화 과정 자체에 대한 비판 기류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기류는 2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방의회 무용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월평공원 공론화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A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들의 공동 발의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B의원의 이름 및 서명을 받지 않고 본인이 직접 날인했다. A의원은 B의원에게 촉구 결의안 발의의 배경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서명을 받으려 했지만, B의원 사정으로 서명을 받지 못해 본인이 직접 날인 후 의안을 의회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A의원은 대리사인 논란이 일 자 의회에 결의안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A 의원은 "(B의원의) 동의를 구하고 대리사인을 했다"면서 "논란이 있는 것 같아 삭제하라고 의사담당관실에 얘기했다"고 밝혔다.

의안 대리사인은 의원의 도덕성을 엿볼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의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의안발의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을 보여준 단적인 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안과 집행부 견제·감시 등을 담당하는 의원이 의안에 대해 대리 서명하고 또 이를 묵인했다는 것은 사실상의 업무 방기로 자질에 대한 의문도 자아내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공무원은 "집행부에서 결재서류에 대리사인을 했다면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대리사인을 한 의원이나 그것을 방조한 의원이나 모두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의회 내부 규정 등에 의원의 대리사인을 막을 규제장치가 전무한 것으로 파악돼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의안에 대한 의원간 대리사인이 만연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회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은 처음 있는 일로, 의안 대리사인은 의원의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로 봐야 한다"며 대리 사안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음을 시인했다.

이와 함께 A의원이 대표 발의안 월평공원 공론화 촉구 결의안은 이미 판가름난 행정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월평공원 사업은 공무원과 시의원, 민간 대표 등으로 구성된 공원위원회에서 수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보완을 거쳐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자칫 또 다른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경우 새로운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것. 특히 일각에서는 논란이 이는 과정에서 행정 결정이 번복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또 다른 공무원은 "행정절차는 존중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개인 의견에 따라 행정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비슷한 행정절차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자칫 시스템 붕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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