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175명 주부 설문조사 55% "계획없어"…온안린 쇼핑몰 포장김치 매출 34% 증가

주부 이모(53·대전시 서구 월평동)씨는 올해부터 김장을 담지 않을 예정이다. 자녀들이 취업 후 따로 나가 살게 되면서 김치를 먹는 식구 수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김장하는 일도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이씨는 "재료 구매와 준비부터 김치 버무리기까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며 "먹는 식구도 줄어 올해부터는 김치가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마트에서 사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편리함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겨울철 연례행사로 여겨지던 김장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김장을 하지 않겠다는 일명 `김포족`이 늘며 포장김치 매출이 커지고 김장을 하더라도 더 편리한 방법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종가집 김치를 판매하고 있는 대상㈜이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1175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가 `올해 김장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 결과인 47%보다 8%포인트 높은 수치다.

김포족이 늘며 포장김치 매출의 상승을 가져왔다.

5일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 포장김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이상 증가하며 매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대상㈜ 종가집 관계자는 "과거 김장 김치가 떨어지는 8-9월을 포함해 김장철까지 포장김치 판매가 늘었지만 최근에는 김장철 이후에도 견고한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1인 가구 수가 증가하며 1.5㎏ 이하 소용량 포장김치가 큰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편리함을 앞세운 절임배추 이용도 꾸준한 성장세다.

지난달 16일부터 내달 5일까지 절임배추 주문을 받고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대전점의 경우 절임배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에 견줘 20% 늘어났다.

하나로마트 채소 유통 관계자는 "김장철 판매되는 배추 포기 수는 줄고 있지만 절임배추 매출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며 "김장 때 배추 씻기와 절이기가 가장 힘든 일로 꼽히는 만큼 절임배추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미래에는 김장의 풍습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규현 한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양의 김치를 저장해놓고 꺼내 먹는 김장의 풍습은 대가족의 특성에 맞기 때문에 1인 가구 수의 증가는 자연스레 김장 문화의 쇠퇴를 가져오게 된다"며 "포장김치와 시판 양념, 절임배추가 판매가 늘어날수록 김치의 맛도 일원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주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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