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잘 알려진 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는 담배, 술, 바이러스, 유전, 방사선, 식이 등이다. 그렇다면 비만도 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일까? 일반적으로 암환자를 떠올리면 비만한 이미지보다는 마른 이미지가 주된 모습으로 각인되고 있는데, 이는 암의 악액질로 영양불균형 상태인 말기 환자들을 주 대상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등 보다 선정적인 주제를 즐기는 매체의 영향인 듯 하다.

유방암과 대장암, 전립선암의 발생 빈도가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서구식으로 변한 한국인의 섭식행태로 들고 있다. 실제로 필자의 진료실에서 접하는 많은 암환자들은 정상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가 더 많다. 비만이란 단순히 살이 찐 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서양의 학문적 정의로는 체질량지수(BMI)가 25kg/㎡를 과체중이라고 하고, 30kg/㎡ 이상을 비만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시아인의 특성상 비만을, 25kg/㎡ 이상인 경우를 비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2012년 2월 삼성경제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특히 남성의 경우 1998년 비만인구가 25.1% 였던데 반해 2010년에는 36.3%로 11.2% 가 증가하였으며, 같은 기간 여성은 1.4% 감소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남성은 주로 30대 40대의 비만 인구비율이 40%를 넘었으나, 여성은 60대에서 가장 비만 인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단순히 체중의 증가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체지방이 얼마나 많이 분포하느냐가 임상적인 중요도를 나타내는데 비만은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며 이 대사증후군에는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발병 위험성이나 동반을 내포하고 있으며 심혈관에도 부정적 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비만이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나 보고는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는데 최근의 보고들은 이러한 학문적 배경을 뒷받침하는 결과들을 계속 보고하고 있다

2010년에 발표된 유럽의 다국적 연구보고에 의하면 BMI 25kg/㎡ 이상의 과체중인 남성과 여성 전체 발생암의 각각 3.2%와 8.6%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발표하였으며, 특히 대장암의 경우 남자의 16%, 여자의 2.6%에서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고 하였고, 2007년의 한 메타분석(같은 주제를 가지고 발표한 논문들을 모아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조사한 논문)에서는 정상인에 비해 BMI 30kg/㎡이상의 비만인 남자 환자들이 대장암 발생율이 1.44배 높았으나 여자에서는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한바 있으나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비만인 여자의 경우 대장암 발생율이 정상체중인 여자에 비해 1.45배 높았다는 보고도 있어서 남녀 공히 비만이나 과체중이 대장암의 발생을 높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만은 대장암뿐만 아니라 식도암, 지궁내막암, 유방암, 림프종, 췌장암, 간암, 전립선암, 신장암의 발병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보고들이 많다. 특히 여성에서 발생하는 주요 암인 유방암의 경우 많은 보고에서 폐경 이후의 여성에서 발생하는 유방암이 비만과 관련이 많다는 보고들이 많은데 이는 유방암이 여성호르몬의 지속적이 노출에 의해 발생한다는 기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폐경 이전까지는 여성호르몬이 난소 등에서 분비되다가 폐경 이후에는 난소에서의 여성호르몬 분비가 사라지는 대신 몸속의 지방조직에서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는데 체지방이 많아지면 결국 이런 에스트로겐 생산량이 증가하여 이런 영향으로 인해 유방암 발생이 더욱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폐경전 여성의 경우도 지방과 에스트로겐의 대사와의 관련은 유방암 등의 발생 빈도를 높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남성들은 지나친 음주와 고지방식 섭취로 복부지방이 증가하여 대장암과 전립선암의 발생빈도 증가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도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지방 섭취가 증가하여 과거에 비해 유방암의 발생빈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암의 발생을 높이는 위험인자가 비만이 유일하지는 않지만 비만은 대사증후군을 유발하여 다양한 성인병 위험을 매우 높이고 이는 결국 암의 발생 빈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비만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치료에 대해 정확히 알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상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