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하는 충남도지사는 물러가라" "에이즈의 주범, 가정파괴의 주범 동성애를 옹호하고 이슬람을 조장하는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하라"

이른 아침부터 수십 대의 버스가 넓은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충남도청 남문 잔디광장으로 모여들었다. 평소 한산하던 도로는 차량들로 혼잡했고, 긴 도로변에는 여러 문구가 적힌 형형색색의 현수막이 내걸려 지나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충남도 국정감사를 나흘 앞두고 충남기독교연합회 등 27개 단체 회원 5,000여 명은 인권조례와 도민인권선언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모든 참가자들 손에는 피켓이 들렸고 초청 가수 공연과 잇단 규탄 성명 등 지난 달 19일 도청 앞은 오전 내내 소란스러웠다.

이들은 충남도민인권선언 제1조 차별금지의 원칙에 `충남도민은 성별, 나이, 인종,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된 내용 중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라는 표현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도는 충남인권조례에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내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에서도 관련 업무를 전혀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이 단체들이 조례안과 인권선언을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때아닌 동성애 문제로 촉발된 불씨가 충남도 국감장으로 옮겨 붙었다. 충남도는 이례적으로 지난 달 23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국회 국정감사를 받았다. 첫째 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도가 인권보호를 명목으로 인권조례 안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지 개인 의사를 물었다. 곧바로 국감장은 여야 의원 간에 막말과 고성이 오갔고 20여 분 동안 국감이 지연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첫 날 국감은 수조 원의 예산 투입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3농 혁신`에 대한 질의 외에는 이렇다 할 알맹이 없이 싱겁게 끝났다.

둘째 날인 27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도 맥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국정감사 중단을 선언, 소속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반쪽 국감`으로 전락했다. 감사 의원 11명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 바른정당 의원 3명 등 7명의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정에 대한 쓴소리보다는 대부분 그동안의 성과를 들추거나 칭찬을 나누는 등 날카로운 검증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국정감사 첫 날 많은 문제점을 지적 받았던 `3농 혁신`을 모범사례라고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초 충남도 국정감사는 9년 만의 정권교체 이후 열리는 첫 국감이기도 하려니와 내년 지방선거 때 충남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홍문표 의원과 김태흠 의원, 그리고 이명수 의원이 포함돼 있어 안희정 지사의 7년 도정과 지역 현안에 대한 송곳 질의를 예상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 많은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 특히 각 상임위별로 자료 요구 건수가 500건을 훨씬 넘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상공세를 예고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날카로운 정책 질의는 온데간데없고 그럴듯 한 이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지 5년이 지나는 충남도에는 아직도 산적한 현안들이 수두록하다. 대학이나 종합병원 유치 등 장기적인 도시발전 방안은 물론 당장 열병합발전소 문제나 축산악취 해결 대책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속 시원한 질문은 아예 없었다.

또 7일부터는 내년 6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지방의회의 마지막 행정사무감사가 기다리고 있다. 연이은 감사에 이래저래 공무원들만 죽을 맛이다. 정책 없이 정치만 있는 국감, 역시나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번 충남도 국감을 보면서 많은 양의 자료 요구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준비한 한 공무원의 볼멘소리가 이유 있게 들린다. "아니 도대체 시간 낭비하며 이런 국정감사는 왜 하는겨…." 송원섭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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