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양육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장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의미의 크기에 비해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다. 생사의 문제가 부모에게 달려 있으며 자아의 형성도 부모에게 달려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절대적인 존재다.

우리의 뇌는 관계에 의해 발달해 간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에는 아직 자기라는 인식이 없다. 감각도 미숙하고 운동은 반사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아직 나와 남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에서 아이는 엄마의 얼굴표정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엄마 기분이 곧 내 기분인 것이다. 6개월 정도가 되면 자신과 엄마가 다르다는 것을 희미하게 알기 시작한다. 12개월 정도 되면 엄마라고 부를 수 있고 혼자 서고 점차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엄마와의 분리가 조금 더 진전되고, 18개월 되면 `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다. 자아가 생겨났다는 표시인 것이다.

나라는 말보다 엄마라는 말을 먼저 사용하고 엄마의 표정에 의해 나의 감정을 느끼다가 비로소 자아의식이 생겨나게 된다. 우리의 자아형성은 중요한 타자와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의 눈빛과 표정과 말 그리고 손길은 아이의 자아형성에 얼마나 절대적인가?

우리의 뇌는 환경적응력이 뛰어나다.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문제는 건강하지 못한 환경과 병리적인 양육자에게도 순응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적응능력은 생존에는 꼭 필요하지만 때로는 건강한 발달에 방해가 된다. 무엇보다 아기를 낳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무의식에 있는 어두운 면이 전달된다고 한다. 부모가 원치 않아도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래서 루이 코졸리노는 부모의 무의식은 어린 아기의 뇌가 만나는 첫 번째 현실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무의식 가운데 보여주는 눈빛과 표정, 손길도 아이의 무의식에 고스란히 새겨지는 것이다. 두뇌의 뉴런이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이기에 초기의 경험은 자아 형성과 신경계 발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영향은 평생 동안 지속된다.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준비가 필요하다. 부모가 되는 것의 의미를 알고,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 무의식을 점검해보고 부모 역할을 새롭게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기를 양육하는 과정은 부모에게 엄청난 축복이요 성장의 시간이다. 이상열 두뇌학습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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