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

한국의 서원
한국의 서원
오늘날 서원의 하루는 고즈넉하다. 한적한 자연 속에 있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은 드물고, 궁궐이나 종묘처럼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장식이 없다 보니 건물을 구경하러 오는 이도 많지 않다. 조선시대에 수많은 서원들이 세워져 정치·문화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것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서원의 겉모습만 보는 것에 불과하다.

서원의 진정한 가치는 그 안에 숨 쉬고 있는 정신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원의 내적인 면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한적함도 서원이 추구하는 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승려들이 불도를 닦고 교리를 설파하는 곳이 사찰이라면 서원은 유교 성현(聖賢)을 모시고 그들의 학문과 사상을 계승할 인재를 키우는 사설 교육기관이다.

사람들은 성현을 모시고 공부하는 서원을 서울 밖의 성균관(成均館)이라고 칭송했고 유생들은 그들의 학문과 덕성을 따라 배우기 위해 책을 메고 모여들었다.

서원은 성현의 심오한 학문과 덕성의 배움터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보존하고 정서를 함양하는 수양의 공간이기도 했다. 유생들은 끊임없이 인격을 닦고 기르며 스스로를 도덕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의 흔적은 서원 곳곳에 지금까지 남아 있다. 서원이 산수에 있거나 흐르는 물 사이에 있는 것은, 교육 목표 중 하나가 심성을 맑게 하고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 심신수양에 있기 때문이다. 각 서원에는 저마다의 교육 목표와 내용이 있으며, 편액을 비롯한 서원의 곳곳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인간상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정신과 문화적인 면에 주목해 서원에 접근했다. 저자는 전국 곳곳의 서원을 직접 답사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그 점을 이 책에 소상히 기록했다.

현재 전국에는 600여 개의 서원이 분포돼있다. 그 중 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필암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무성서원, 돈암서원 총 9개의 서원은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돼 있다. 서원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선비들의 커다란 가르침은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길을 밝혀준다. 강은선 기자

허균 지음/ 다른세상/ 224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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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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