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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칼럼] 한화 구단과 모기업흥망사

2017-11-01기사 편집 2017-11-01 18: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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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대장정이 종료됐다. 왕중왕전다운 5차례 코리안시리즈 격돌이 대미를 장식한 가운데 기아가 두산을 굴복시켜 리그 1위의 저력을 과시했다. 가을야구 '조기종영'을 신호탄으로 한화 구단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소문대로 한용덕 전 두산 수석코치에 대한 새 감독 영입 사실을 공표한 데 이어 3년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현역 시절 내로라는 SP(선발투수)였던 그는 곧 대전구장에서 취임한다.

프로구단은 저마다 배타적인 연고권을 행사한다. 자연히 팬들의 충성도, 직관(직접관람) 동원력, 입장 수입 등 면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린다. 다른 9 구단이 각기 특정 지역을 연고지로 삼고 있듯이 한화는 대전·충청 프랜차이즈 구단이다. 10년째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해 애증이 충돌하고는 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새 감독 낙점도 이 연장선으로 보인다.

프로구단이 특정 지역과 프랜차이즈 관계를 완성하는 과정에는 구단주 문제가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보통 모기업으로 부르는데 구단 이름에 노출돼 있다.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우 프랜차이즈 권역의 대표 도시와 모기업, 팀을 상징하는 명칭이 결합된 구조다. 이 3 요소는 프로구단을 구성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프로구단들 팀명을 보면 대개 동물명을 차용하고 있는데 일부 구단은 '히어로즈' '위즈' 등으로 발상을 다양화했다.

미국 구단들은 작명 양태가 흥미롭거나 혹은 싱겁다. 연고 도시명 뒤에 독특한 상징어를 연결시키는 식이다. 이게 단순해 보여도 나름 유래와 스토리가 내장돼 있다. 류현진이 뛰는 LA '다저스', 오승환이 속해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강정호를 데려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카고 '컵스', 뉴욕 '메츠' 등을 꼽아볼 수 있다. 국내 구단 팀명은 일견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LG '트윈스' 정도가 모그룹 사옥 쌍둥이 건물에 착안해 작명한 것이 예외일 듯하다. 물론 자꾸 부르다 보면 입에 달라붙는다.

다시 한화 구단과 관련한 몇 가지 재해석이다. 한화 구단은 86년 리그 개막에 맞춰 그룹 계열사인 빙그레 이글스로 창단했다. 93년 시즌을 마치고 그 해 말 모기업인 한화 이글스로 이름을 바꿔 지금에 이른다. 자회사 이름 쓰다가 모기업 이름을 썼을 뿐 변한 것은 없다. 82년 원년 창단 멤버 6 구단 중 삼성, 롯데 등이 생존해 있으며 나머지 4 구단은 경영난 또는 위환 위기 여파로 곡절을 겪었다. 그러고 보면 한화는 10 구단 체제에서 대략 세 번째 장수 순혈 구단으로 간주된다.

올 통합우승자인 기아는 창단 모기업인 해태그룹이 기울면서 기아차에 2001년 인수됐다. 현대차그룹이 기아차를 흡수하고 그 한참 전에 호남에서 창업한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차에 넘어갔다는 점에서 지역적 뿌리 인자가 없지는 않다. 또 다른 원년 구단인 삼미 슈퍼스타즈는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를 거쳐 현대 유니콘스를 끝으로 2007년 해체되는 등 파란만장했다. 돌고 돌아 넥센이 히로우즈 구단명으로 승계했다. 또 두산 베어즈 전신인 OB 베어즈의 OB맥주는 외국계 기업에 편입됐고 전북권 기업이 만든 쌍방울 레이더스도 모기업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프로구단에게 모기업은 버팀목과 같다. 모기업이 운영을 감내해 내지 못하면 전장에서 병참기지를 잃는 위기 국면이 닥친다. 그래서 모기업흥망사와 구단의 부침 사이클은 맞물린다. 한화 구단은 모기업 등에 안정적으로 업혀 있는 형세다. 이제 프랜차이즈 선수 출신 감독·코치진의 합체 리더십이 투입된 마당이고 내년에 반등할지가 관건이다. 프로야구 소비시장 저변이 팽창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구단별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마력을 끈다. 연고지 팬들을 열광케 하고 일체감을 형성시키며 성적에 비례해 유관 업계는 특수를 누린다. 오독인지 모르나 가을야구 막판 자웅을 겨루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출신 정치권력의 현장 호응 장면도 공동체적 카다르시스 효과를 충격하는 것으로 비친다. 한화 구단이 각별해지는 이유도 충청정서에 누증돼온 '복합성 갈증'과 무관치 않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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