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내년 예산안 심의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총 429조원에 달하는 예산안과 관련,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국회의 예산안 통과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사람중심의 경제를 위해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축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가 없는 만큼 정부 예산편성 기조 역시 이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일자리와 교육, 복지 등에 대한 투자 확대가 두드러진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에 비해 12.4%가 늘었고 보건·노동·복지예산 역시 12.9%나 증가했다. 이와는 별도로 청년 일자리 예산은 20.9%가 늘었고 교육예산도 11.7%나 증가했다. 반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무려 20%, 산업과 중소기업 분야는 0.7%가 각각 줄었고 R&D(연구·개발) 예산은 0.9% 늘어나는데 그쳤다. 야당은 바로 이런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최저임금 지원과 공무원 증원이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해친다며 삭감을 벼르고 있다. 실제로 대선공약에 따라 공무원 17만 4000명을 새로 뽑으면 향후 30년간 327조원의 인건비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있는 만큼 이 부분이 예산 심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SOC 예산과 관련해서는 야당은 증액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미 호남지역 SOC 문제를 쟁점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가 워낙 크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앞둔 상황인지라 심의 과정에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안을 지켜야 하는 여당과 시비를 따져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는 야당이지만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를 생각하면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마냥 예산을 볼모로 할 수 없는 만큼 여야는 대화와 타협의 묘를 살려 대승적으로 심의에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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