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정물들의 변종'

이인희_수면공간Sleep Space, 100x130, digital print 100x130,2010
이인희_수면공간Sleep Space, 100x130, digital print 100x130,2010
현대미술의 매체환경 변화와 수용에 따른 각 장르별 대응과 변화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대전에서 열리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기획전 `정물들의 변종(變種)` 전을 12월 17일까지 시립미술관 1-4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엔 구성연·권오상·유근택·이이남·이인신·이인희·송병집·정광호·황순일 등 중견작가 9명이 참여해 회화, 사진, 설치, 미디어 등에서 모두 72점을 선보이고 있다.

17세기 서양미술의 독립된 장르로 출발한 정물화는 19세기 세잔의 조형적 실험과 20세기의 다양한 매체와의 결합을 통해 서양미술의 한 축을 형성했다.

생활주변의 물상들을 소재로 선택해 배열하고 구도를 잡아 그리는 정물화는 20세기 초 서구미술의 수용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유입됐다. 안정된 구도와 윤택한 색감으로 물상을 재현하는 정물화의 훈련 방식은 일제 강점기의 조선미술전람회와 광복 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등에서 아카데미즘 양식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후 정물의 개념은 사진과 극사실주의, 팝아트, 개념미술의 등장에 따라 현대 소비산업사회의 기호나 오브제(Object)로 확장된다.

유근택은 개인의 삶에서 누적된 시간성과 정서의 문제를 일상의 공간에서 더욱 내밀하게 전개시킨다. `만찬`은 소멸되는 만찬장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반성적으로 표현한다. 정광호는 철사와 구리선 토막을 엮어 정물의 형태를 표현한 작품들로 1차원인 구리선들이 모여 3차원의 형태를 만드는 작품을 표현한다.

이이남의 미디어 작품은 움직이는 정물로서의 꽃의 영고성쇠를 한 화면에 보여줌으로써 인생과 존재의 유한을 표현한다. 권오상은 사진과 조각이라는 상이한 매체를 혼합해 대상을 다양한 시점에서 촬영한 사진을 콜라주한 다음 정교하게 만든 입체 조형물을 매우 흥미롭게 담아낸다. 이인진은 수십·수백 개의 도자기를 층층이 쌓아 전시하거나, 쌓은 것을 이용해 설치작품으로 선보인다.

구성연의 사진은 주변의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을 소재로 자신의 상상을 재구성해 어떤 의미를 생산해 내는 연속적인 정물 사진시리즈이다. 이인희는 주변의 일상적인 재료를 가공해 죽음과 상실, 그리고 치유라는 자신의 주제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작품을 제작한다.

황순일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인 과일을 통해 표현한다. 송병집은 빠르게 변화하는 이미지 중심의 현대사회에서 사물(정물)들이 갖는 양식과 스타일의 시간적 변형을 통해 본래의 의미와는 또 다른 리얼리티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이러한 확장은 현대미술이 다양한 환경에 유기적으로 변화해 마치 유기체의 종(種)이 변종을 통한 새로운 진화를 전개하는 것과 궤도를 같이 한다는 생각으로 `정물들의 변종`이라는 타이틀로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며 "사진,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정물들의 확장된 개념과 오브제의 직접적 활용을 통한 공간설치로의 전개를 통해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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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_어떤만찬 210x294cm 종이에 수묵채색 2009
유근택_어떤만찬 210x294cm 종이에 수묵채색 2009
권오상_2011 December(Vase),146x97cm, 라이트 프린트, 나무 프레임, 2012
권오상_2011 December(Vase),146x97cm, 라이트 프린트, 나무 프레임, 2012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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