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당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 리뷰

오지희 교수
오지희 교수
지난 달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모차르트 음악극시리즈 첫 공연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모차르트 음악과 셰익스피어 문학이 연기, 무용과 합쳐진 종합예술형식으로 핵심은 음악과 극예술이 지니고 있는 독자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음악과 극의 결합은 크게 오페라와 음악극으로 구분한다. 고대 그리스 디오니소스제전에서 합창대가 신을 찬양하는 서사시를 부르고 지휘자와 합창대간의 대화형식에서 예술비극이 탄생했듯이 오페라는 그리스 비극의 재현이자, 재창조였다. 생생한 가사의 의미를 표현하려는 17세기 단선율 음악과 연극이 결합된 오페라에서 주도권은 음악이 쥐고 있었다. 이후 기형적으로 음악이 확대된 오페라는 극적요소의 결핍으로 18세기 오페라 개혁을 촉발시켰다. 음악이 중심이되 극과의 균형감을 확보하는 개혁이었다. 반면 음악이 드라마에 종속된다는 음악극의 개념을 창안한 바그너는 오케스트라가 주도적으로 음악을 끌고가되 성악의 역할은 가사를 통해 음악을 더욱 명징화하는 데 있었다. 따라서 똑같은 음악과 극의 결합이라도 오페라는 음악에, 음악극은 극적 구성에 방점이 찍힌다.

대전예당이 음악극을 표방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제작의도가 클래식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있었다. 그렇기에 모차르트 기악곡과 오페라를 연극의 맥락에 따라 적용했고 오케스트라가 무대 중심에 자리잡아 음악을 주도했다. 문제는 음악이 극적 구성을 지나치게 침범했다는 것과 오페라와 음악극의 주체가 뒤섞여 있었다는 데 있다. 예컨대 각각의 장면에 삽입된 곡을 편집 없이 끝까지 연주하면 당연히 극적 연결고리는 약화된다. 반대로 모차르트 음악을 제대로 들려주는 게 목표라면 오케스트라 연주력은 더욱 탁월하고 세련되어야 했다. 특정 장면에 등장한 아리아는 가사의 의미에 치중하다 보니 음악적으로 서로 관련성이 부족했으며 주인공 남녀 무용수의 춤사위는 매력적이었지만 음악길이와 진행에 맞추느라 파급력이 약했다. 반면 무대연출은 단순하지만 세련됐고 성악가들의 표현력은 역할에 충실했다. 기존 구성과 차별화된 섬세한 심리묘사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가와 신선했다.

본질은 음악을 들려주는 데 치중해 극적 재미와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모차르트와 셰익스피어의 만남이 성공적으로 가려면 음악을 과감하게 편집해서 극에 녹아들어가게 만들어야 한다. 재구성된 모차르트 음악이 연극과 하나가 될 때 역설적으로 모차르트 음악이 쉽게 다가올 것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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