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은 성년자에 비해 사무처리 능력이 제한적인 미성년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성년이 된 다음에도 치매 등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질 경우 자신의 재산이나, 치료, 요양 등 복리에 관해 법정대리인의 보호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민법은 이와 같이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거나 부족한 성년자`에 대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고, 그 후견인으로 피후견인의 신상에 관한 결정 및 재산관리를 수행하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과거에 시행되었던 한정치산·금치산제도에 비해 본인의 의사와 능력을 존중해 후견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선진화 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구체적으로 협의의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제도로 나뉜다.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이래 협의의 성년후견 청구건 수가 그 밖의 후견 청구 건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며, 전국 법원에 접수된 협의의 성년후견 사건의 반 이상이 부모의 재산 등을 놓고 자녀끼리 싸우다 자신 또는 제3자를 후견인으로 지정해 달라고 청구하는 경우라고 한다. 부모의 사리분별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한 자녀가 부모를 돌본다는 명목으로 함께 살며 부모로 하여금 자신에게 재산을 모두 증여하도록 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경우 다른 자녀가 제동을 걸며 법원에 자신이나 다른 제3자를 부모의 후견인으로 지정함으로써 부모의 재산 처분행위를 막아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후견인 지정 기준을 살펴보면, 1차적으로 피후견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 외에도 법원은 피후견인의 건강상태, 생활관계, 재산상황, 후견인이 될 사람의 직업과 경험, 피후견인과의 이해관계의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견인을 지정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가족 중에서 후견인이 선임되지만, 피후견인의 신상 보호 및 재산 관리를 둘러싸고 가족 간에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제3자를 후견인으로 선정하기도 하며,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를 담당할 사람을 나누어 다수의 후견인을 지정하기도 한다.

후견인이 지정되면 관련분쟁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고, 향후 피후견인의 재산보호와 신상보호조치가 후견인과, 후견감독인, 법원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후견인이 지정되었을 때는 이미 피후견인이 재산을 전부 잃거나 신체적, 정신적인 이익침해상태가 상당부분 진행되어 사태를 수습하기에 너무 늦은 경우도 허다하다.

민법은 후견계약제도를 도입해 후견을 받으려는 사람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해 미리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신이 원하는 후견인에게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후견인의 권익을 사전에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해 놓고 있다.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일상생활과 사무처리를 하기 힘들어질 때를 대비해 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그와 미리 후견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후견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를 공정증서로 작성해두고 후견계약의 체결·존속에 관한 사항을 등기함으로써 후견 개시시 임의후견 감독인을 법원으로부터 선임 받는 등 후견인의 계약이행에 대해 공적인 감독을 받을 수 있다. 방이엽 법률사무소 향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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