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해고됐는데 그 아이가 커서 군대에 갈 나이가 됐어도 문제가 해결이 안됐습니다."

코레일 해고노동자가 지난 9월 말 대전역에 설치된 현장노동청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한 말이다. 현장에는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다는 근로자들이 몰려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토로했다. 코레일 해고노동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여기서 들었던 말이 잊혀질 무렵, 지난달 22일 코레일 대전 본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됐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던 중 코레일 파업 이야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여러 의원들의 말들을 무심코 받아 적던 중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코레일 해고자 문제를 꺼냈다.

임 의원은 "조금 전에 코레일 해고노동자와 만나고 왔다. 해고 당시 자녀들이 초등학생, 유치원생이었는데 성장한 사진을 보니까 대학생으로 커서 마음이 아팠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이것은 너무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14년이나 지났지만 복직은 안됐다"며 "정부의 약속이니 노사합의니 이런 것들 더는 말하지 않겠다. 최소한 이들의 삶이 더 피폐해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14년간 가족이 겪었을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그사이 정권은 4번이 바뀌었고, 아이들은 커버렸다. 하지만 해고 문제만은 제자리였다.

9월 현장노동청에서 일어난 일들이 적힌 수첩을 다시 꺼내 읽어봤다. 어수선한 자리에서 휘갈겨 쓴 12건의 사연이 눈에 들어왔다. 비단 코레일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AS센터부터 대학병원, 콜센터, 부품제조기업, 장애인 최저임금 문제까지 얽히고설킨 수많은 고충과 고민이 가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였을 당시 코레일의 노사화합과 함께 해고자 복직을 약속했다. 대선공약집에는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14년, 이른바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살았을 이들이 감내한 시간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고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근로자들이 겪는 병폐에 대해 고통의 시간이 더 길어지지 않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취재2부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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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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