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혁명적 변화는 새로운 에너지원과 신기술의 결합이 생겼을 때 일어났다. 1차 산업 혁명은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증기기관의 발명과 이에 따르는 기술의 발전으로 일어났다. 기존의 에너지원이었던 나무가 고갈돼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2차 산업 혁명 역시 석탄의 고갈 때문이 아닌 석유를 기반으로 한 전기 생산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이뤄졌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에 대해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원과 발전된 ICT(정보통신기술)의 결합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에너지원과 어떤 기술의 발전 및 결합으로 이뤄질까.

현 시점에서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제시 대신에 기존의 에너지 기술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할 수 있는 초연결성 ICT 기술의 융합인 에너지인터넷(Internet of Energy)에 의한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최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일상생활에서 만들어지는 태양광, 위치, 신체에너지 등을 수확(Harvest)해 재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변환하는 `에너지 하베스팅`이 추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에너지원들은 화석연료의 기후온난화 및 환경문제, 원자력의 폐기물 및 안전성 문제, 신재생에너지의 수급의 불안정성 문제 등을 지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 관점에서 보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에너지원은 핵융합에너지이다. 핵융합에너지는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며, 거의 연료가 무한하다. 물론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연구개발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환경 하에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신소재 기술, 양자컴퓨팅 등의 새로운 기술들이 핵융합에너지 개발 속도를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본다.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연결`시키는 지능형 사이버물리시스템을 거론했다. 즉 사이버 세계에서 문제 발생 시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문제해결시스템이 작동해 자체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이는 실제 물리세계에 그대로 반영되므로 사람이 일일이 해결 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사람의 능력 이상의 문제도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를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에 도입을 한다면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시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물리시스템은 이미 산업 분야에서 실제 활용되기 시작해 개념적으로 연구개발 영역으로 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핵융합연구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을 도입한 연구개발의 가속화가 시도되고 있다.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고밀도로 안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1㎤당 1조개 이상의 플라즈마 입자의 거동 및 입자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한 불안정한 상태를 사람이 계산하고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발전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이용해 `사이버 핵융합연구장치`를 구축하면, `현실의 핵융합연구장치`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는 실제로 이를 위한 1페타플롭스(PFlops)급 슈퍼컴퓨터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시기를 대폭 앞당길 수 있으며,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되기 위해 필수적인 안정적인 에너지원의 확보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4차 산업혁명과 핵융합에너지는 서로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하에서 개발되고 발전된 신기술들에 의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가 가속화되고, 또한 이렇게 개발된 핵융합에너지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은 안정적으로 가속화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주 기저 에너지원으로 핵융합에너지와 초연결성 ICT 기술의 융합으로 완성될 것이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 선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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