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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다크 투어리즘

2017-10-30기사 편집 2017-10-30 14: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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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경력만 반평생 넘는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27일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 였다. 이날 시상식에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문희(75)는 "지금 기분을 영어로 얘기해보라"는 사회자 요청에 "I'm standing here today"로 시작하는 영화 속 청문회 대사를 선보였다. 지난 9월 21일 개봉해 누적관객 325만 명을 돌파한 '아이 캔 스피크'는 2007년 미 연방하원 청문회에서 일본군 만행을 증언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아픈 역사를 소재 삼았지만 비장미나 분노에 치우치지 않고 코믹의 미덕을 잘 배합했다는 평이다.

아픈 역사를 다양한 각도로 천착하기는 스크린 밖에서도 활발하다.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도 그런 흐름 가운데 하나다. 백과사전은 다크 투어리즘을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이라고 소개한다. 다른 말로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이라고도 부른다. 국립국어원은 '역사교훈여행'을 다크 투어리즘의 순화어로 발표했다.

해외 다크 투어리즘 대표 장소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다. 현재 박물관으로 바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생체실험실·고문실·가스실·처형대·화장터와 더불어 희생자들의 머리카락, 낡은 신발 등이 거대한 유리관에 전시됐다. 9·11 테러로 무너졌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의 부지에 조성된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 건립한 평화기념관 등도 다크 투어리즘 명소다. 우리나라 다크 투어리즘 장소는 제주 4·3평화공원, 국립 5·18 민주묘지, 거제포로수용소 등이 꼽힌다.

하늘 아래 평안한 땅이라 일컫는 천안(天安)도 다크 투어리즘 장소가 적지 않다. 천안시 병천면 유관순 열사 사우, 천안시 성거읍 국립 망향의 동산 같은 잘 알려진 장소 뿐 아니라 초등생 운동부 합숙 전면 금지 정책 시행의 단초가 됐던 축구부 화재참사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진 천안초 교정 등도 있다. 이곳들을 둘러보는 것도 다크 투어리즘의 한 방법이지만 최고의 다크 투어리즘은 아픈 역사나 재난, 재해를 반복 않는 것이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 더욱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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