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현재 시점의 서연(한가인)은 승민(엄태웅)과 술잔을 기울이며 "알이 들어가면 알탕이고 갈비가 들어가면 갈비탕인데, 이건 `맵다` 그거잖아. 안에 뭐가 들어가든 다 그냥 매운 탕…. 안에 뭐가 들었는지 잘 모르겠어. 그냥 맵기만 해"라고 말한다.

알맹이가 없는, 뚜렷한 의미를 찾기 힘든 자신의 삶을 매운탕과 비슷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맛이야 얼큰하고 시원하지만 범주가 워낙 넓어 정의할 만한 특징을 좀체 찾기가 어려운 그 음식 말이다.

사실 이 매운탕이라는 음식은 안에 뭐가 들었는 지 먹어보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 눈으로는 단순히 얼큰한 맛이 나는 탕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강의 룰은 있다. `물고기가 들어간 붉은 빛이 나는 얼큰한 맛의 탕`이다. 종류야 어떻든 일단 물고기와 채소, 그리고 고춧가루·고추장만 들어가면 매운탕이 된다. 그 시점에서 이미 음식의 특징이 정의돼 버린다. 어쨌든 들어갈 만한 재료가 다 들어가며 구색은 갖췄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지난 23일과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로부터 각각 국정감사를 받았다. 첫날인 23일 농해수위 국감에서는 동성애 관련 이슈를 두고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상임위 성격과 맞지 않다는 의견, 국감은 어떤 내용이라도 질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붙은 것이다.

27일 행안위 국감에는 11명의 위원 중 7명 만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의 국정 보이콧 선언 때문이었다. `송곳 질의`를 할 의원이 없다 보니 비교적 성과에 집중된 감사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동시에 의원들의 칭찬과 격려가 계속되며 맥빠진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실상 3년 만의 국감이 이렇게 끝났다. 과정이야 어떻든 피감기관과 감사위원이 성과와 과실에 대해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으니 일단 국정감사는 진행된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구색만을 갖췄다고 그것을 성공적인 국정감사라고 부를 수 있는가는 한 번 되짚어볼 문제다. 도정과 관련 없는 생뚱맞은 질문도, 또 미진한 점이야 어떻든 무조건적인 격려를 하는 것도 결국은 `맹탕 국감`을 부추기는 행동일 뿐이다.

매운탕이라면 적어도 시원하고 알싸한 맛은 나야 한다. 풍성한 건더기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국감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함께 질의한다는 틀은 기본적으로 갖추되, `알맹이`라고 불릴 만한 내실이 있어야만 한다. 맹탕을 매운탕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맹탕 국감을 국감이라고 부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충남취재본부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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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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