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의미와 본질을 역사, 문화, 과학, 철학 등 다양한 시선에서 풀어나가는 책이 나왔다. 책의 내용에 가장 큰 틀이 되는 것은 `꾸준히 길을 걷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이다.

2009년,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3200㎞에 이르는 미국 애팔래치아의 길을 쉬지 않고 종주하는 스루하이킹에 나섰다. 때로는 며칠, 몇 주간 계속되는 침묵을 견디며 사색하는 여정에서 그는 길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저자는 7년에 걸쳐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완전히 새로운 길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고대 생명체가 화석에 남긴 길, 곤충의 길, 동물의 길, 고속도로와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간과 범위를 아우르며 길에 대한 탐험에 나선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길들을 직접 걷고 체험하며 사냥꾼, 목동, 오지 원주민 등 수많은 `길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조언과 지혜를 구한다.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을 지날 때에는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면서 수렵·채집 사회의 전통을 유지하는 그들의 삶에 지형과 길이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았다.

또 미국 메인 주에서 시작해 뉴펀들랜드 섬, 아이슬란드, 모로코까지 대륙을 넘어 이어지는 `국제 애팔래치아 트레일` 개발에 참여하고 그 길을 하이킹한다. 그 과정에서 19세기 들어 도시인의 안식처로 시작된 등산로가 어떤 역사를 거쳐 `슈퍼트레일`로 진화하고 있는지, 그것이 인터넷망 같은 새로운 길이나 현대인의 사고의 길과 어떤 면에서 닮아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길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종합 인문학서이자 생생한 기행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다.

서지영 기자

로버트 무어 지음/ 전소영 옮김/ 와이즈베리/ 464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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