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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시네마 수프]영화 '블랙 버드' 비록 그것이 사랑이었다 하여도

2017-10-26기사 편집 2017-10-26 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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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이란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만 나이 열셋이라면 우리나이 열넷에서 열다섯일 것입니다. 바로 그 중2병의 시기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인용하자면 중2병이란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사춘기 자아 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이나 불만과 같은 심리적 상태, 또는 그로 말미암은 반항과 일탈 행위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사춘기의 불안정한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들어내는 요즘의 아이들의 성향과 만난 결과물이겠지요.

영화 '블랙 버드'는 클럽을 찾은 한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 됩니다. 클럽 화장실에서 아마도 일회성 관계를 갖고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오는 젊은 여성은 우나입니다. 아침이 되자 우나는 한잠도 자지 않은 채로 사진 한 장을 들고 집을 나섭니다. 출든도 하지 않고 찾아간 한 업체에서 우나는 들고 간 사진을 보이며 레이라는 남자를 찾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색하게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그들의 과거가 들어납니다.

당시 우나는 열세 살이었습니다. 이웃이며 동시에 아버지의 친구였던 레이와 사랑에 빠집니다. 동거 중인 여자 친구도 있던 레이 마져도 딸 뻘의 우나와 사랑에 빠집니다. 3개월 간 육체적 관계를 유지해 오던 두 사람은 급기야 사랑의 도주를 결심합니다. 아버지와 딸로 행세를 하면서 배를 타고 해외로 도주하려는 계획입니다. 항구를 향한 여정 중 낯선 도시에서 숙소를 잡고 하룻밤을 묵으려던 두 사람. 그러나 관계 후 담배를 사오겠다던 레이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레이를 찾아 나선 우나는 어둡고 낯선 도시를 헤매며 다니지만 끝내 레이를 찾지 못하고 결국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결국 레이는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법정에 서게 되고 4년간의 복역을 하게 됩니다.

15년이 지나 이제 20대 후반의 여인이 된 우나는 우연히 보게 된 사진에서 레이를 알아보고 무작정 찾아온 것입니다. 이름도 바꾸고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던 레이. 직장과 아내가 있는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나는 그런 레이의 모습에 더운 분노합니다. 자신의 아버지는 화병을 이기지 못하고 일찍 돌아가셨고, 그 후로도 동네사람들 모두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15년을 갇혀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나는 레이에게 어린 자신을 추행했다고 윽박을 지르면서도, 내심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레이도 그것은 인생의 최악의 실수였다고 말하면서도 우나와의 관계는 자신의 삶의 가장 강렬하고 용감했던 진심의 사랑이었다고 얘기합니다.

망가진 두 인생. 그 중 하나는 다시 일어섰고 하나는 더 망가진 듯합니다. 물론 일어선 쪽은 당시 법으로 가해자로 규정 되었던 쪽이고 망가진 쪽은 당시 피해자로 규정 된 쪽입니다. 법에 의한 규정과 처벌이 없었다면 둘은 그 후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을까요? 우나가 자신이 사랑이 아닌 성폭력 피해자로 이용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성적 문란함과 낮은 자존감 혹은 자기 파괴적 감정 조절에 취약한 인격체로 자라나게 되었을까요? 피해자로 정의 된 사건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두 사람의 도피가 성공적이었고 두 사람은 결국 법적 부부가 되고 그들의 행위가 용감한 사랑의 행동으로 인정 되고 정리되었다면 우나는 건강한 성인 여성으로 성장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을까요?

얼마 전 초등생 제자와 성관계를 갖은 선생님의 실형을 받은 보도를 보며, 그간 간간히 해외뉴스에서나 듣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유형의 사건들이 이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들 놀랐을 겁니다. 그러나 동시에 고등학교 시절 은사인 아이 셋의 유부녀와 사랑에 빠져 결국은 결혼에 이르고 현재 프랑스의 대통령과 영부인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사랑에 대한 보편적 시각과 잣대들이란 결국 편견인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게 됩니다.

그럼 도대체 사랑이 무엇일까요? 서로에게 푹 빠져 끊임없이 서로를 탐하는 열정적인 사랑. 삶의 가장 강렬한 순간 중에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의 본질 중엔 한 조각일 뿐입니다. 사랑 안에 그와 같은 탐닉의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와 같은 탐닉이 모두 사랑은 아닐 것입니다.

미국의 한 유명 TV 토크쇼에서 아동성범죄 예방을 위해 아동성범죄로 복역 중인 수감자들의 인터뷰를 방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합니다. 피해 아이들을 향한 마음, 그것은 사랑이었다고. 이제는 지긋해진 중년들. 그래도 사랑을 얘기하며 얼굴에 꽃 같은 미소를 띄웁니다.

그리고 다시 나이 열세 살에 주목해 봅니다. 얼마 전 청소년보호법의 취지가 무색할 만큼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잔혹해진 청소년 범죄들로 인해 그 폐지 혹은 개정의 필요에 대한 여론도 있었습니다. 미성숙하므로…. 형사상 강력 범죄에서도 양형에도 제한을 두는 미성년이 사랑에 관해서는 갑자기 성숙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봅니다. 굳이 사랑 앞에서만 나이에 관대해질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극동대 미디어영상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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