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넘게 중단된 원전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재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공론화위원회가 정부에 건설을 하자는 정책결정을 권고해서다. 그 결과 지난 7월 공정률 29.5%를 기록한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잠정 중단시킨 후 벌어졌던 논란은 일단락 되게 됐다. 정부도 조속히 후속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불거졌던 갈등과 반목이 완전히 아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찬성과 반대 측 모두 수용분위기이긴 하지만 온도차가 있는 건 분명하다. 특히 공사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사회갈등 유발에 대한 비난 공세는 여전하다.

8조 원 이상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 공사가 하루아침에 멈춰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때문이다.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원전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탈원전이 시대적 흐름이라지만 신고리 5·6호기를 여기에 포함시킨 건 무리가 있다. 하긴 1조6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집행됐고 공정률이 30% 가까이 이뤄진 원전공사 중단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공사를 완전히 중단할 경우 매몰비용이 2조6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문 대통령도 이러한 부담으로 공론화위에 공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 여부를 공론화위에 맡긴 것은 일종의 실험이다. 그런 만큼 논란도 적지 않다. 대선 공약이자 국가적 사업의 결정을 떠넘겼다는 비난이다. 책임지고 결정해야 되는 일인데도 면피성 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평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공약을 무리하게 강행하지 않고 공론조사와 합숙토론 등을 통한 의사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정책결정의 정당성이 강조되는 이른바 숙의(熟議)민주주의를 실천한 점이다. 청와대도 "시민이 참여한 의사결정이라는 명분과 탈원전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실리를 얻었다"고 자화자찬식 평가를 내놨다.

공사가 재개된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갈등이 첨예할수록 후유증은 남기 마련이다. 누가, 어떤 식으로 결정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록 공론화위의 정책 권고라고 해도 다를 바 없다. 3개월간의 공사 일시중단으로 발생한 손실 비용만 1000억 원이라고 한다.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선 추가비용이 또 들어간다. 일종의 수업료라고도 할 수 있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 그러면 과연 이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나. 정부가 요청은 했지만 중단 결정은 한수원이 내렸다. 정부 아니면 한수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 추후 발전 원가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기도 어렵다. 이래저래 국민이 부담해야 된다는 얘기다.

첫 작품이 성공적이긴 하지만 공론화위 카드는 논란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향후 다른 사회갈등에도 적용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이슈를 공론화위에 넘길 수는 없다. 결론이 입맛에 맞으면 따르고 그렇지 않을 땐 차일피일 미루거나 총대를 메도록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공론화위를 거치지 않아도 갈등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담당할 기관이나 위원회 등 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도 그 중의 하나다.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만 충실하면 되는 게 아니다. 우리사회의 갈등과 국론분열을 보듬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 것도 국회의 몫이다. 굳이 공론위가 아니더라도 의원들로 구성된 위원회 등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신고리 이슈를 국회에 넘겼어도 과연 결론이 났을까. 물론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그동안 대화와 타협, 합리적인 결론 도출과는 거리를 보였던 탓이다. 다수결 원칙이 우선한다고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민의보다는 당리당략이 앞서고 때로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넘쳐나는 실상을 모르지 않는다. 오죽하면 신고리 문제도 국회가 도움을 주기는커녕 갈등을 부추긴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우리의 국회는 언제쯤 제대로 된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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