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 시카고대학교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선정되면서 행동경제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전통적인 경제학과 달리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절제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심리학을 연계한 준합리적 경제이론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다니엘 카이먼 교수 역시 인간은 의사결정과정에서 합리성에 근거하기 보다는 경험에 의한 직감이나 단순한 방법에 근거해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들어와 강력한 부동산시장 규제인 8.2대책과 후속조치가 발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행동경제학 이론대로 인간은부동산에 대해 합리적 기반보다는 직감에 의해 행동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 의도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다.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현실이지만, 규제강화로 인해 주택 구입의 기회가 축소된다는 불안에 의해 인간의 행동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정부 정책의 성패는 정책결정 과정이나 수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는 부동산시장의 현황과 미래 변화에 대한 예측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왜 상승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중요하고 이에 맞는 대책 수단이 필요할 것이다. 강력한 규제대상 지역인 서울과 세종의 주택가격 상승 원인에 차이가 있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 수요에 따른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반면 세종은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도시발전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8.2대책 이후 비록 세종시의 아파트 가격은 보합세로 안정화 돼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근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저서 중 하나인 넛지(2009)란 책에 대한 인기가 높다. 넛지(Nudge)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단어로 주의를 환기시키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금지나 명령이 아닌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 것이다. 넛지는 비강제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넛지 이론에 의하면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새겨 넣은 한 마리 파리 그림이 화장실을 청결하게 해 유지비용을 줄였다는 대표적인 넛지 적용 사례가 있다. 또한 넛지를 활용한 저축플랜이 미국 경제를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 24일 다주택자들의 대출을 억제하는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체적 상환능력비율) 적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신 DTI는 내년부터 적용되며 DSR은 내년 하반기에 적용할 계획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로 적용되고 있는데다가 연내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고돼있어 이미 가계대출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강제적이면서 동시에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넛지와 같은 부드러운 개입주의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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