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를 위한다는 부산국제음식박람회가 개막했다. 세계 각국의 향토음식을 선보이는 한편, 우리 음식을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 맛보게 하는 등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비단 이번 박람회뿐만 아니라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힘쓰는 건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여기서 질문 한 가지, 왜 한식을 세계화시켜야 하는가. 아니 왜 지금, 무려 2017년에 음식을 한식 그리고 서양식으로 나눠야 할까.

100년 그 이전으로 돌아 가보자. 당시엔 각 지역별로 고유의 향토음식이 있었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탓에 원활한 식재료 유통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바다가 가까운 곳은 해산물 위주의 음식, 산지에서는 나물 위주의 식사 등 각 지역 특유의 음식과 조리법이 있었다. 이게 모호해진 건 20세기 이후, 교통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각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요리에 대한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서양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보통 서양식이라 하면 유럽 그리고 미국 음식을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토마토`, `프랑스 하면 버터` 이런 식으로 각자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 있을 터. 한 가지 이야기해주자면 그 나라들도 교통이 발달되기 전엔 지역별로 큰 구분이 있었다. 이탈리아 요리는 북부와 남부로 크게 나뉘어 둘이 큰 차이를 보였고 엄청나게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프랑스 요리는 그보다 더 세분화돼 있었다. 지금의 프랑스 요리가 체계화 된 것이 20세기 이후라면 놀라려나. 미국 음식은 어찌 보자면 각국 요리의 총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 각 나라를 대표한다 하는 요리가 통합돼 정해진 것은 교통이 발달된 이후, 즉 이제 100년 남짓 됐다.

요즘 뜨고 있다는 `퓨전요리`, 백과사전에서는 이를 `두 가지 이상의 전혀 다른 형식의 요리를 섞어 만든 요리`라고 정의한다. 대칭되는 단어로는 `전통요리`란다. 전통요리는 각 나라의 문화에 기초한 요리를 말한다. 앞서 말했듯 전통요리가 체계화 된 건 100년 남짓,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 2117년엔 퓨전요리가 전통요리가 될까.

3일이면 이역만리 독일에서 만든 맛있는 젤리를 배송받아 먹을 수 있고, 이란의 사프론을 직접 받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 클릭 한 번이면 지구 반대쪽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국적에 따라 음식의 귀하고 천하고를 따지는 시절은 끝났다. 서울에서는 와인이 소주보다 비싸지만, 시드니에서는 와인보다 소주 구하기가 더 어렵다. 지금에 와서 음식의 국적을 따지고 퓨전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파스타(pasta)라 함은 밀가루와 물의 반죽을 가지고 소금물에 삶은 요리를 말하는 것이지 이탈리아의 `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젠 다른 나라의 음식, 아니 `지구촌`의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맛볼 수 있다. 중요한 건 내 입에 맛있는 음식 혹은 식당, 그리고 조리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즐거운 식사라 함은 눈앞의 요리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가며 공부하는 것이 아닌, 좋은 사람과 내 입에 맞는 음식을 함께 하는 것임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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