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춘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처음에 춤을 추었을 땐 그저 재미있었고, 그 춤이 직업이 되고나서는 최고가 되고 싶었다. 또 다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돌이켜보면 그 최고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최고라는 기준 자체가 그 사람에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기에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삶이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게 남은 건 예술인이라는 알량한 자존심 하나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삶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춤을 그만두지 않기 위해, 아니 절대 그만둘 수 없어서 나만의 이유들을 만들어가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들이 예술이라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 느끼는 소수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다시 드는 생각은 내가 예술인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살아가면서 모두 같이 느끼는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고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이 일을 왜 하게 되었는지 잊어버리게 되는 시간.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되면 재미가 열정으로 바뀌고 그 열정이 반복되며 지루함으로 바뀌고 그 단계에서 누군가는 포기를 하고 어떤 이는 그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가치관들이 성립되기 시작하고 그 기준으로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각자의 길을 달려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다른 삶 속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한 발 물러나 인생을 바라보면 사람의 삶이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돈을 얻어 행복하고 누군가는 사람을 얻어 행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예술가처럼 타인의 삶의 영향을 끼치며 행복을 얻기도 한다. 예술가가 무대에서 내려올 때 추억과 자존심만 남는다고 한다. 예술이 아닌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허나 우리의 삶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아낸다면 조금 더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에서 필자가 말하는 재미란 자신이 그 일을 할 때 만족감이 될 수도 있고, 때론 돈을 버는 재미이기도 하고, 혹은 그 일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재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각자의 재미는 다 다른 것이다. 당신이 추구하는 재미와 당신의 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 아닐까?

서윤신 FCD댄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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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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