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자리가 석 달가량 비어 있다가 지난 20일 채워졌다.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업무를 총괄하며 이들 기관의 기관장 임명권을 쥔 NST 새 이사장으로 원광연 KAIST 명예교수가 임명된 것이다. 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7월 이상천 초대 이사장이 사임한 뒤 지금까지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전날 끝난 기관의 국정감사에도 직무대행이 참여해 답변했다.

NST 이사장이 공백상태가 이어지면서 불가피하게 정부출연연구기관장 공백사태도 이어졌다. NST 이사장에게 출연연 기관장의 임명권이 있는데 이사장이 없다 보니 출연연 기관장 채용도 이뤄지지 않은 것. 이에 따라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구화학연구원 등 7개 기관이 현재 기관장이 없는 상태다.

기관장의 공백은 출연연 예산·인사·정책에 있어 제대로 된 업무추진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원장 체제로 운영이 되기는 하지만 주요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고 연말에 진행되는 예산분배나 인사 등에 차질이 우려되기도 한다. 국정감사에서도 △비정규직 연구원의 정규직 전환 △출연연의 학생연구원 권익보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갔어야 했지만, 기관장 공백 사태에 매몰돼 이것에만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되기도 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빠른 상황 판단으로 기관에 맞는 과학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리더의 부재로 이마저도 마비됐다. NST 이사장이 출연연 기관장 임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들이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런 공백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도 있다. 출연연의 기관장 공백 사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연연 기관장 인선은 공모와 서류심사, 검증, NST 이사회 최종 결정 등의 절차에 따라 대략 2-3개월 걸린다. 최대한 서둘러도 연말에나 공석이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정상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했을 때의 이야기다. 각 기관장이 임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퇴임일이 다가오기 전에 기관장 선임과정을 거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25개 출연연의 업무를 총괄하는 NST의 역할이지 싶다. 김달호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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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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