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내 차량을 우회시켜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충청권 광역경제권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새로운 고속순환도로 건설을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아직 시동을 거는 시점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추상적으로만 논의되던 대전광역망 순환도로 구상들이 처음으로 정리돼 구체적 모습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통 고속도로 건설에는 20년이 걸린다. 구상에서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만 10년 내외가 소요되고 단계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는 데에도 10년이 걸린다.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경우에도 빠르면 15년은 걸리는 사업이다. 지금 시작해도 빠르다고 할 수 없다.

앞으로 새 대전권 광역순환고속도로망 구상안은 시의 내부적 검토를 거쳐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시가 구상안의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대로 G9 협의체 지자체들과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G9은 대전·충청권 공동발전을 도모하는 협의체로 대전과 청주·보은·옥천·영동·공주·논산·계룡·금산 등 9개 지자체가 참여한다. 새 광역순환고속도로망은 대전시 외곽을 돌며 이들 지자체를 지나게 되므로 대전권 자치단체간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

다음은 타당성 확보다. 고속도로를 건설·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가 봤을 때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관련 기관과 더욱 긴밀하고 신속한 협의를 거쳐 중앙부처의 승인을 받아 실현시키는 것이 중대과제다.

대전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 상생발전계획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도로공사에서 현재 대구나 광주에 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처럼 수십 년 동안 사용한 고속도로를 대전시 교통을 위하고 인근 주변도시의 상생발전을 위해 외곽으로 이전해줘야 한다는 논리가 필요하다. 대전시의 의지 뿐만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대전 시내 일부 주요도로 통행속도는 출퇴근 시간대에 시속 20㎞를 넘지 못한다. 이러한 도심 교통난은 단순한 통행시간 지체로 인한 교통 불편 뿐만 아니라 소음과 비산먼지, 배기가스 발생 등 환경문제와 교통사고 발생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문제를 발생시킨다. 차량운행비용, 통행시간비용, 교통사고비용, 환경비용 등 교통혼잡비용으로 시가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1조 3000억 원에 이른다.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끼고 있던 대전은 남부순환고속도로가 개통된 2000년 이후 대구나 광주에는 없는 순환형 고속도로망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차량대수가 꾸준히 늘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고속순환망의 기능이 약화됐다. 그 사이 다른 도시들은 광역순환도로망에서 대전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광주시는 도시외곽을 도는 광역교통망인 3순환선을 추진 중이다. 5단계 순환고속도로 구간 중 2곳이 개통됐고 1곳이 2022년말 완공될 예정이다. 대구시는 4차순환도로는 2020년 완공된다.

대전시는 앞으로 세종, 충남, 충북을 잇는 충청권 광역경제권의 거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 사회, 의료, 교육, 문화 서비스가 충청권에 고루 공급해야 할 중핵도시 대전의 광역권 순환도로 부재는 앞으로 신행정수도 광역생활권 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새로운 광역순환고속도로는 대전의 교통난과 충청권 균형발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기존 고속도로를 순환도로로만 사용하게 되면 통과 차량을 도심서 크게 우회하도록 할 수 있다. 도시에 볼 일이 있어 진입하는 목적 차량과 분리돼 도심 병목현상을 줄일 수 있어 유류와 시간 비용 낭비를 피하고 대기오염 등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도로를 놓아야 한다는 면에서 재원이 큰 걸림돌이겠지만 그린벨트 외곽지역으로 이전 건설하게 되면 사업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지수용비 부담은 적을 수도 있다. 청주시처럼 기존 국도나 지방도 일부를 활용하면 사업비는 더욱 줄어든다.

2022년 3차우회도로(국도대체우회도로) 완공을 눈앞에 둔 청주시가 처음 공사를 시작한 건 2001년이다. 대구시는 1997년 도시간선도로 입체화 기본계획을 세운 이후 23년이 지난 2022년에야 4차 순환도로가 완성된다. 1인가구 증가 영향으로 대전시 등록 차량은 매년 증가추세에 있고 신행정수도 광역경제권의 건설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어 이번 대전권 광역순환고속도로 구상안이 어떤 결과물을 낼 지 관심이 쏠린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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