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노쇼(No Show)…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네일 아트숍을 운영하는 김모(33)씨. 최근 늘어난 일명 `노쇼`(No Show·예약부도) 고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예약이 잡히면 그 시간에는 다른 예약을 잡지 못하는데,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으면 손해는 고스란히 김 씨 몫이다.

김 씨는 "혼자 하는 가게라 같은 시간에 두세 명 예약을 받지 못하는데,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며 "최근에는 하루에 두 번이나 노쇼 고객이 발생해 그 날 장사를 제대로 못했다. 예약도 일종의 약속인데 기본을 저버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 중구 문화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56·여) 씨도 최근 노쇼 고객으로 손해를 봤다. 지난 19일 오후 7시에 20명 예약이 잡혔지만, 이들이 예약한 시간이 지나서도 나타나지 않은 것. 약속 시간 10분쯤 지났을 무렵 예약자가 전화를 걸어왔고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다. 2-3시간 전에만 취소 의사를 전해줬다면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최 씨의 분노와 억울함은 더 컸다.

최 씨는 "갈수록 자영업자들이 살기 어려운데 노쇼 고객들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며 "더 억울한 점은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약을 하고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에 `음식점 400명 노쇼`가 발생하면서 논란은 점차 확산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5년 음식점·병원·공연장 등 1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예약부도율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이 전국 14개 국립대병원의 올해 7· 8월 예약부도율을 조사한 결과 평균 13% 수준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모바일·인터넷으로 쉽게 예약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자 사람들이 예약 자체를 남발하거나, 예약을 약속으로 여기지 않아 노쇼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노쇼 고객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업무보고를 통해 노쇼·블랙컨슈머 근절을 위한 책임 있는 소비 문화 확산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예약부도가 나버리면 외식업 쪽은 타격이 크다. 손님들이 부득이 예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최대한 빨리 식당에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중앙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노쇼 고객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달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