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이다. 가장 오랜 시간 가까이 함께 살아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개가 늑대에서 갈라져 나온 건 약 1만5000년 전이라고 한다.

늑대는 인간을 보면 스트레스 기제가 작동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댄다. 그러나 사람들 성격이 천차만별이듯이 늑대 중에도 경계심이 적은 녀석들이 있다. 인간의 생활영역 가까이 다가온 몇몇 개체들이 있었고 이빨을 드러내지 않은 녀석들은 먹이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인간은 다른 동물로부터 식량을 지키거나 사냥을 하는 데 개가 유용하다는 걸 알게 됐고 두 종은 공생 관계를 맺게 됐다.

왕족 같은 상류층은 경계나 사냥 등에 피지배층을 쓰면 됐기에 개를 다른 용도로 활용했다.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는 뜻의 애완견이다. 현대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개의 명칭은 반려견으로 바뀌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의 해체다. `우리 애기는 안 물어요`라고 말하는 일부 견주들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개를 자식같이 여기는 이들이 생겨났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육아에서 일종의 만족감을 느끼도록 디자인됐다. 종을 번성시키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가족제가 붕괴하면서 가정에 아기를 구경하기 힘들게 됐다. 육아의 공백을 채워 줄 반려자로 개의 역할이 부각됐다.

산업화가 먼저 일어나 가족의 해체를 일찍 경험한 국가들은 반려견 문제도 일찌감치 불거졌다. 그 결과 관리가 엄격하다. 영국은 개로 인한 사망 사고 때 견주가 최대 징역 14년의 형을 받는다. 미국은 살인·과실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고 개는 안락사 처리된다. 이들 국가에 비해 2년 이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 우리나라의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아기들은 무언가 손에 닿으면 본능적으로 움켜쥐게 된다. 어미의 털을 움켜쥐고 매달려 다니던 생존방식이 DNA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개가 늑대에서 갈라져 나온 시기는 2만 년도 채 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언제 본능이 꿈틀거릴지 모른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반려견 행동교정전문가로 알려진 강형욱 씨의 지론이다. 그는 "입마개를 채우는 것은 학대가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고 교육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며 반려견이 물 수 있게 하는 것은 방임"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개를 사랑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견주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취재2부 이용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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