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신도시, 세계에서 정답을 찾아라] ④ 차별화된 한국의 미래형 신도시로

내포신도시 발전은 사람 중심의 철학과 이미 갖춰진 성장 동력 확보 등으로 장기적 도시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사진=충남도 제공
내포신도시 발전은 사람 중심의 철학과 이미 갖춰진 성장 동력 확보 등으로 장기적 도시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사진=충남도 제공
정착 마무리 단계에 이른 내포신도시는 단순한 개발을 넘어 도시 고유의 가치를 담아내야만 한다는 과제를 안게됐다. 기존의 잠재력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기에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내포신도시만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사람 중심 도시로서 발전시킨다는 철학이 밑바탕 돼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당초 계획됐던 행정중심, 공공 디자인 도시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추진 사안인 혁신도시 지정, 수도권 공공기관의 활발한 이전 등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여기에 자족기능과 고용 창출 효과까지 더한다면 내포신도시를 보다 효과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을 조건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사람 중심의 고유한 도시 철학 마련해야=내포신도시는 서북부 발전지역의 개발효과를 남쪽의 낙후지역으로 확산하는 혁신거점이다. 말하자면 충남도 균형발전정책의 핵심사업이다.

내포신도시는 그동안 67개 도 단위 기관과 단체가 이전했고 올해까지 17개 기관이 추가로 입지한다. 개발계획 상 정착단계인 제3단계(2016-2020년)에 도달했지만, 지난달 기준 인구가 2만 2000여 명으로 계획인구인 10만 명의 20.0%에 불과하다. 이는 2013년 도청을 개청하고 초기생활권을 조성한다는 목표에 매몰된 나머지 도시의 자족성을 확보하는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포신도시는 도시이미지 증진을 목적으로 전신주·육교·쓰레기·담장·입식광고판이 없는 5무(無)도시를 지향한다. 이와 같은 방법은 쾌적한 도시환경을 창출하는데 기여하고는 있지만, 이미 많은 신도시들이 차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디자인도시, 행정도시를 뛰어넘는 사람 중심의 도시를 조성해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주민친화적이고 독특한 도시철학을 가진 영국 밀톤키인즈와 일본 요코하마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밀톤키인즈의 경우 설립 초기 다소 부족한 인프라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장기적인 개발 계획을 바탕으로 지난 50년 간 1만개가 넘는 기업체의 본사가 자리잡을 정도로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 전체 면적의 40%에 달하는 지역이 녹지로 덮여 있는 밀톤키인즈는 `지역 내에 있는 가장 높은 나무보다 더 높은 건물은 짓지 않는다`는 철학을 갖고 도시를 조성했다. 편리한 교통망과 각종 기업의 입지에 따른 뛰어난 자급성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덕분에 20.2%의 인구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는 1960년대 도쿄 인구 유입을 막고 도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미나토미라이21 사업과 코호쿠 뉴타운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도시 중심부를 강화하기 위한 랜드마크타워와 각종 문화시설 설립, 다양한 기업의 입주는 요코하마만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자연 보존으로 쾌적한 정주 여건을 마련한 코호쿠 뉴타운은 친환경이라는 도시철학 덕분에 주민 친화적인 신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혁신도시 지정,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으로 산업위기 대응=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충남도의 지역공약 중 하나인 내포혁신도시는 `환황해권의 중심도시`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만 반영돼 있다.

때문에 내포신도시를 환황해권의 중심도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혁신의 소스를 창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충남도와 산하 공공기관, 유관기관 등이 이미 이전을 완료한 상태인 만큼, 전문가들은 내포신도시를 혁신도시로 지정하고 수도권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데에서 혁신의 소스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내포신도시를 혁신도시로 지정할 경우 국가기간산업의 대외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이 세계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 수준인데, 내포신도시 광역도시권을 중심으로 한 국가기간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자동차 5.1%, 철강 4.2%, 석유화학 5.2%, 디스플레이 42.3%)은 이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서해안 기간산업을 정비한다면 산업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내포신도시를 허브로 △자동자부품 R&D센터(예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부품 실용화 산업 기반육성(홍성·예산) △자동차 대체부품 개발 및 지원체계 구축(홍성) △무인자율자동차 테스트베드(서산바이오웰빙특구) △완성차 기능(아산·서산) △석유화학산업단지의 부생수소(서산) △자동차용 강판(당진) 등의 지원기능과 연계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 만큼, 내포신도시는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에 있어서도 저비용·고효율을 꾀할 수 있는 최적지다.

◇다양한 전략으로 도시에 대한 수요 창출 필요=내포신도시는 수요대응형 신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신도시다. 이에 따라 `아파트를 공급하면 고용이 따라온다`는 개발관행을 버리고, 수요창출형 도시로서의 조건을 갖춰야만 한다.

우선 내포신도시에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대형마트 등 일상적인 자족기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인구집객 발전전략`의 수립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인구집객 발전전략은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그에 걸맞은 인구를 유입, 유동인구를 활성화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인구 10만명이 살 수 있도록 아파트를 더 공급해야 한다는 아파트형 도시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밀톤키인즈가 현재 대형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는 만큼, 내포신도시도 해당 사례를 참고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족기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내포신도시의 기반 부문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내포신도시는 현재 내부 고용창출 규모를 3만명 정도로 높게 책정하고 있지만, 정작 인구유입 실현가능성이 높은 신도시 주변 산업단지의 인구 유입은 4800명으로 적게 산정하고 있다. 내포신도시의 경쟁력은 지역적 수요에 의존하지 않는 고용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포신도시 주변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마지막 조건은 내포신도시 내부의 자족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도시형 첨단산업단지에 선도기업을 유치하고 `혁신플랫폼`을 조성해야 한다. 혁신플랫폼은 지난해 지정된 투자선도지구를 계기로 대학, 대학과 협력을 원하는 기업의 연구센터와 산학협력 컨소시엄을 연계한 R&BD를 중심으로 구축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능이 있는 곳에 기업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오용준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 쉐필드(Sheffield)는 벤츠 기업만을 유치했다가, 저렴한 지가를 내세운 폴란드가 이를 다시 유치해 가면서 지역이 몰락했다"며 "고용 중심의 유치전략만으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 혁신플랫폼 조성으로 내부 자족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전희진 기자

※이 기사는 2017년도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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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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