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아프리카에서 에어컨 없는 빌딩을 짓는다면 믿겨지는가? 그러나 현실이다. 1996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지어진 `이스트 게이트`에는 에어컨이 없다. 건축가 믹 피어스는 에어컨 없는 빌딩을 설계해 달라는 황당한 요청을 받지만 고민 끝에 흰개미의 환기시스템을 모방해 세계 최초의 대규모 자연냉방 건물인 `이스트 게이트 쇼핑센터`를 지었다.

원리는 간단했다. 건물 가장 아래층을 완전히 비워버리고 꼭대기에 더운 공기를 빼내는 수직 굴뚝을 여러 개 설치한 후 두 개의 건물 사이에 저용량 선풍기를 설치했을 뿐이다. 단순한 구조였지만 효과는 컸다. 건물 내에서 더워진 공기가 꼭대기의 굴뚝을 통해 빠져 나가고 아래쪽에서는 신선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에어컨이 없어도 실내 온도가 섭씨 24도를 유지하고 전력 소모는 동일 규모 건물의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스트 게이트 쇼핑센터는 건축과 자연생태계라는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가 융합해 새롭고 놀라운 창의적 가치를 창조해 낸 메디치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스포츠의 나라 미국에서는 스포츠 산업이 자동차 산업의 2배, 영화 산업의 7배에 달한다. 이에 비해 국내 스포츠 산업의 경쟁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동안 경기력에만 집중, 산업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데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4차 산업 혁명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스포츠산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 산업은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체험과 문화, 융·복합 산업으로써 다양한 파생 상품을 창출해 낸다.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최대 규모의 정책 사업으로 공모한 `지역 융·복합 스포츠 산업 거점육성사업`에 우리 대전시가 선정돼 2020년까지 국비 94억 원 등 총 145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주요 추진사업은 스포츠산업 융·복합 거점조성과 스포츠 신기술 발굴 및 원스톱 사업화 지원, 신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서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 등 4대 전략사업 20개 단위사업을 추진하며, 2020년까지 35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함께 30여개의 강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모사업을 통해 스포츠가 건강과 여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산업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 특별시 대전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외견상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요소를 연결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는 것을 `이연연상`이라고 하는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대표적인 사례다. 메디치 가문이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을 모았는데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이 만나게 되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생각과 상이한 분야가 만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현상을 `메디치 효과`라 한다.

그러나 같은 기술이라도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그 가치는 크게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데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손 트지 않게 하는 약(不龜手之藥)`의 고사가 그것이다. 장자는 말한다. `똑같이 손 안 트게 하는 약인데, 누구는 그것을 가지고 제후로 봉해지고, 누구는 평생 빨래하는 직업을 못 벗어났다.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작금에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진단이고 조선산업은 언제 침체기를 벗어날지 가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제조업만으로 고부가가치의 경제를 일궈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새로운 경제시장은 스포츠산업과 같이 과거의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콘텐츠와 스토리가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돌멩이에 불과할 것이지만 `4차 산업혁명 특별시 대전`에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다이아몬드 원석이다. 스포츠가 원석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면 이제는 다이아몬드로 다듬어 내는 일은 민·관·연·기업 모두의 몫일 터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메디치 가문의 그 정신처럼 말이다.

이화섭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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