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은 유례 없는 긴 연휴로 시작되었다. 아직 가을이 머물러 있음을 알려주는 듯 청명하고 높은 가을 하늘과 더불어 바닷가에서는 곧 겨울임을 미리 말해주듯 이제는 다소 쌀쌀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매년 태안해안국립공원 지정일(10월 20일)이 다가오면 추운 겨울 태안에 예고 없이 들이닥친 `검은 재앙`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올해는 태안 기름유출 사고 이후 1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지난 10년의 생태계 회복 노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1978년 우리나라에서 1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해안형 국립공원으로서 약 230㎞의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해양자원의 보고인 갯벌, 크고 작은 곰솔군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 12월 9일,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유출 사고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을 검은 그림자로 뒤덮었고, 연안생물의 서식지와 같은 천혜의 해양 생태계 및 양식장 등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까지 모두 앗아가 버렸다. 그 뼈아픈 `검은 재앙`을 수습하기 위해 군민과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 그리고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는 혼연일체 된 노력을 쏟았고, 현재 대부분의 유류오염 피해는 회복될 수 있었다.

유류유출 사고 이후 자연생태계 회복을 위해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많은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노력중이다. 유류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지역의 생태계 회복과 보전을 위해 해초류 서식지 조성, 해안사구 훼손지역 및 방제도로 복원 등의 다양한 복원사업을 실시했다. 해초류 서식지 조성의 경우 `거머리말`이라는 해초류를 해안에 이식하여 군락지를 조성함으로써 어패류의 산란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해안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생물 서식지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또한 방제작업을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설해야 했던 방제도로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훼손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방제도로를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복원을 실시하였고, 더불어 방제작업으로 인한 2차 훼손이 이루어진 해안사구 지역 역시 모래포집기나 보호 목책 등으로 복원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류유출 사고 이후 급감한 탐방객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태안 해변길을 조성했다. 천혜의 해안경관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이용기회를 확대하고, 여름철 해수욕장 중심으로 편중된 탐방 패턴을 4계절 찾을 수 있는 건전한 탐방 문화로 개선하고자 2011년부터 조성한 해변길이다. 현재 총 100㎞, 7개 코스로 학암포에서 안면도 남단 영목항까지 해변과 곰솔림을 누비며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로 사랑받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16년 1월에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카테고리 중 2단계인 `국립공원`으로서 변경 인증이 되어 세계적인 국립공원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비단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에 국한되는 노력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응원과 참여를 통해 온전히 복원되어 태안해안국립공원이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국립공원으로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이제 지난 10년 동안 자연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주력해 온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았다. 국립공원의 자연자원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그 주인은 국민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나아가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와 더불어 지역주민·탐방객 등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원관리를 통해 다가오는 2018년 `태안해안국립공원 지정 40주년`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양해승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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