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새 재판관에 유남석 광주고법원장이 지명됨으로써 국회 청문회 통과 시 9인의 완전체 복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8개월째 공석인 헌재소장은 임기와 관련된 규정 미비로 언제 지명될지 점치기 어렵다. 엊그제 지명된 유 후보자를 제외한 8명의 재판관 가운데 5명은 내년 9월에, 2명은 2019년 4월에 임기가 종료된다. 헌재소장으로 누가 지명될지는 미지수지만 이들 가운데 임명된다면 임기는 1년 안팎에 불과하다.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이나 후년에 다시 헌재소장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헌재소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임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를 법으로 정해 놓은 까닭은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성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탄핵이나 헌법소원 심판, 법률의 위헌 여부 등을 다루는데 있어 정치권력 등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헌재소장은 헌재 행정의 중추일 뿐만 아니라 5부 요인이기도 하다. 헌재 재판관들을 조율하면서 헌법 수호와 기본권 보호의 최후 보루라는 막중한 역할과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헌재소장의 임기는 관행에 기댈 것이 아니라 법으로 명확히 규정함이 마땅해 보인다.

헌재소장 공백사태는 임기 논란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국회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현행법에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장으로 임명되면 6년의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지, 재판관의 잔여임기만 채우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는 헌재소장이 바뀔 때마다 논란을 야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입법을 통해 임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국회에 전달했지만 본격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제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헌법재판소 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헌재소장 임명과 관련한 입법 공백 해소를 위한 여야 합의를 요청했다고 하니 이해득실을 떠나 즉각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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