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선

영화가 삶의 가장 좋은 친구였던 시절이 있었다. 힘들고 지쳐 끝없는 외로움에 빠져 있을 때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삶이 되어 위로받았다. 암막의 스크린은 다른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였고 영상과 음악, 연기가 모두 버무려진 하나의 예술은 마음 속 깊이 침투해 추억을 만들어냈다.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삶에서 땔래야 땔 수 없는 존재다.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한정된 시간동안 울고 웃으며 상처를 치유한다.

이 책은 이처럼 영화가 인간에게 주는 매력과 메시지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상처 치유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작가는 상처와 위로, 암울했던 시대로부터의 탈주, 갈림길에서의 선택, 폭력과 저항,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영화를 나누고 우리가 삶에서 쉽게 마주하게 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각 영화 속 주인공들의 내면 모습을 새롭게 해석하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찾아 그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책은 전문적인 영화 비평보다는 에세이의 본질에 가깝다. 개별 영화가 가진 작품성이나 영화적 의미보다는 영화 속 삶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영화 속 삶의 속살을 통해 우리의 삶은 무엇 때문에 쓰라리고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상처받는지 주의 깊게 살펴본다. 그리고 힘든 선택의 순간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에 비추어 예상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나아가 잘못된 질서와 삶의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그리 오래된 고전영화나 가장 최근 개봉한 영화를 다루진 않았다. 다만 작가 자신에게 깊은 인상을 준 영화들, 앞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는 영화를 골랐다. 네 남녀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말하는 `클로저`나 혁명과 유토피아를 꿈꿨던 남녀의 슬픈 인생사를 그린 `오래된 정원`처럼 역사 속 어딘가에는 있을, 지금도 그 삶을 살고 있을 사람들을 위한 영화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영화를 통해 비슷한 시대의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과 더 섬세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무수한 삶들이 있고 숱한 사연들만큼이나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쓸쓸함을 앓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의 힘과 아름다움은 아픈 삶에 대한 공감과 위로, 매혹적인 이야기, 사랑스럽거나 쓸쓸한 장면들 속에 담겨진 통찰 속에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영화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요즘, 이 책에 나온 영화를 통해 영화 속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우리네 상처도 치유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주예지 기자

윤창욱 지음·시그마북스·328쪽·1만 6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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