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토리, 겨울

대전스토리 겨울
대전스토리 겨울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장편소설을 냈다. 이 소설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부터 2015년까지를 배경으로 하면서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묻는다.

시대적 비극 속에서도 끓어오르는 삶의 열정과 욕망. 마음 의지할 곳을 찾는 30대 중반의 대학원생 `이후`와 결혼을 하고도 외로운 여자 `숙현`, 그리고 간통죄를 간직한 순수한 여인 `보영`. 이들의 사랑의 삼각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시대의 고민과 리얼리즘 이후 소설의 혼미 속에서 삶을 새롭게 살피는 신(新) 풍속소설이다.

겨울, 제도와 관습에 얽매인 삶으로부터 이들은 과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타락한 세계에서 타락에 물든 삶을 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소설의 제목에 `대전`이라는 공간 지명을 넣은 것처럼 대전에 실재하는 식당과 건물, 지명이 등장한다. 소설에는 대전역과 중앙시장, 목척교, 광천식당, 소나무집, 카페 쌍리, 옛 충남도청사, 보문산, 동학사, 홍명상가, 중앙데파트, 유성호텔 등을 비롯해 태평동 등 지명도 나온다. 지역에 실제로 있는 식당이나 건물이 등장해 대전시민이라면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한 대전 나들이를 떠나는 기분이 든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방민호 작가는 대전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다. 그는 "대전은 유소년기를 보낸 곳이고, 부모님이 대전에 살고 계셔서 제1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굉장히 애착을 갖고 있는 곳인데 비해 다른 도시에 비해 이야기가 없다고 느껴왔다. 도시를 배경으로 배경으로 쓴 소설이나 영화가 없어 한 편으로는 대전에 이야기를 선사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방 작가는 전작 `서울 문학 기행`의 공간적 배경을 서울로 했다. 그는 서울과 대전을 각각 소설의 소재로 쓴 배경에 대해 "서울은 대전에 비해 현대적 경쟁의 자리, 정치·권력 투쟁이 존재하고 모든 욕망과 문제, 갈등이 응집해 있는 곳으로 일종의 상징적인 부분이 있다. 유소년 시절의 대전과 성장 이후에 서울이라고 하는 공간적 대위법을 썼다"고 말했다.

방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1년 동안 한 달에 두 번 이상 대전을 내려올 정도로 촘촘한 답사를 했다. 그는 특히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사에 이르는 원도심을 주목했다. 그는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사에 이르는 거리, 충남도지사 관사촌, 보문산에서 나아가서는 유성·공주 동학사 등 대전의 전통적인 스팟, 시민이 좋아하는 공간, 애착을 갖는 공간을 보는 것처럼 쓰고 싶어 식당 등도 실재하는 이름 그대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방 작가는 앞으로 태어난 곳인 충남 예산군 덕산면을 소재로 한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수덕사를 공간적 배경으로 나혜석 화가와 이응노 화가의 이야기를 중심 소재로 잡았다.

방 작가는 "옛날에 나혜석 화가와 이응노 화가가 교류했던 게 있는데, 그 내용을 소재로 예산군 덕산 수덕사를 배경으로 나이든 여성 화가와 젊은 남자 화가 지망생, 예술을 동경하는 한 나이든 남자 세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소설로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1965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거쳐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평론가로, 소설가이자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교 문학교과서의 책임저자이기도 하다. 1994년 창비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비평활동을 시작했고, 2001년 `옥탑방` 등의 시로 월간문예지 `현대시`의 신인추천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강은선 기자

방민호 지음/ 도모북스/ 348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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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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