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에 대해 잇달아 높을 평가를 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중 하나인 무디스가 어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의 `Aa2`로 유지하고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Aa2`는 세 번째 높은 등급으로 프랑스, 영국, 홍콩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 2015년 12월 현재의 등급으로 상향조정된 뒤 1년 10개월째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나라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폴 등 다섯 나라밖에 없다. 지난 12일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을 네 번째로 높은 `AA-(안정적)`로 유지한데 뒤 이은 평가여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신용등급은 대외 채무의 상황능력을 나타내는 일종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을 비롯해 경제성장 가능성과 수출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이 가운데 안보상황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한국의 신용등급 평가와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평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무디스가 한국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은 "한국의 경제성장 가능성과 수출증가 등으로 현재까지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피치 역시 한국의 수출 호황과 3800억 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을 평가에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현재 북한의 도발로 안보가 심각한 위기상황임을 부정할 수 없다. 안보불안 속에서도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잇단 안정적인 평가로 한국 경제의 대외 불확실성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상황이 변한다면 평가는 언제든지 바뀔 수가 있다.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대외 지급능력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북한 리스크도 조속히 사라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높은 수준의 국가신용등급 유지가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가 저절로 풀리는 건 아니다. 생산과 소비 등 국내경제 전반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도록 제대로 활용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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