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인 이든 교수는 동물을 표현하는데 괴물이니 악마이니 하는 표현을 쓰질 않았다. 그런 말은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는 비과학적인 말이었고 잘못 쓰이면 과장된 내용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그때 그 버섯 밭에서 코프레이를 본 순간 그 코프레이라는 들소의 생김새를 표현할 용어로는 괴물이라는 말이 가장 적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동물 특히 소 종류의 소들을 전문으로 조사연구해 오던 이든 교수는 그런 수천 수만 마리의 소들을 조사했으나 그런 소는 처음 봤다. 그런 소가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코프레이는 겉보기만 괴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코프레이가 다른 들소와 다른 점은 그 눈이었다. 코프레이의 눈은 초생달처럼 기다란 세모꼴의 눈이었는데 색깔이 없었다. 억지로 말하자면 죽은 송장의 눈처럼 표정이 없었다. 표정이 없었으나 뭔가 무서운 살기가 있었다.

뿔도 그랬다. 소들의 뿔들이 가지각색이었는데 코프레이의 그것은 싸움을 하는 상대를 죽이게 가장 정확하게 진화된 것으로 보여졌다. 쓸데없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뿔이었는데 모양이 단검과 같았다. 닿기만 하면 뚫고 들어가는 단검의 끝이었으며 뚫고 들어가기만 하면 상대를 꼭 죽일 수 있는 구조이기는 했다.

그런 구조의 뿔이 몸무게 800kg의 무게를 싣고 시속 80km로 돌진해오면 상대는 어떻게 될까.

코프레이가 보마에 숨어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50m 이상의 거리였으나 놈은 정확하게 적을 발견하고 주목하고 있었다.

코프레이는 모두 세 마리였는데 가장 큰 녀석이 두목으로 보여졌고 앞머리에 서고 있었다. 나머지 두 마리는 그 뒤에서 두목의 행동에 따르고 있었다.

코프레이와 사람들은 죽음을 걸고 대치하고 있었다.

코프레이는 상대가 자기들을 해치려는 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도 당황하지 않았다. 코프레이의 죽은 송장과 같은 눈에는 변화가 없었다.

얼음과 같이 차가웠다. 이제 곧 죽일 수 있는 적을 보고 있는 차가운 눈이었다.

"오냐. 이 놈 어느 쪽이 죽느냐 두고 보자."

이든 일행도 냉철했다. 그들 중에는 현상금이 걸린 범을 몇 마리 잡은 사수가 있었으나 그들은 총을 겨냥만 하고 있을 뿐 발포를 하지 않았다. 지휘자인 이든 교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든 교수는 조금이라도 살아있는 코프레이의 행동을 길게 보려고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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