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개인전

아침 해 morning sun, 48 x 45㎝, 2008
아침 해 morning sun, 48 x 45㎝, 2008
도예가 이철우(43)가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19일부터 11월 1일까지 대전 유성구 도룡동 보다아트센터에서 `아침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회가 그의 도예전이다.

고 이종수 도예가의 둘째아들인 이철우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아버지의 작업을 잇는 작품을 내보이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입힌 사발, 항아리 등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10여 년 전 작품부터 최근까지 그의 작품을 두루 볼 수 있다.

이철우는 아버지인 이종수의 백자 달항아리에 아침 해를 담았다. 해와 달은 다르지만 `밝다(明)`는 점에서 같다. 스스로의 빛과 반사로 인한 빛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빛으로 길이 되어준다. 이철우는 흰 눈 위에 달빛 내린 듯한 표정, 풍만하게 차오른 항아리들을 뒤로한 채 초가을 빛을 품은 甁(병), 碗(완), 壺(호)들을 내보인다.

해를 품었다 하더니만 기골이 하나같이 강직하다. 달항아리라면 살며시 이지러지며 부드러운 곡선을 지닐 것이라는 선입견을 단박에 깨버린다.

따사로운 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작업실 앞마당에 펼쳐놓은 한 점 한 점의 작품들은 그 맛과 멋이 각기 달랐지만 분명 산뜻하면서도 담백함이 깊숙하게 배어 있었다. 그의 작품은 그가 지닌 절제와 겸손한 태도를 쏙 빼어 닮았다.

이 작가는 "항아리를 달처럼 만드신 아버지의 작품을 보면서 반대로 `해`처럼 만들겠다는 선언을 어렸을 때 하면서 그 기조를 지속 가져오고 있다"며 "아침에 창문을 열면 앞자락 산에 해가 비치는데 눈이 부신다. 그런 해의 눈부심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충남대 산업디자인과에서 도예를 전공한 이 작가는 20년이 넘게 작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이번에 첫 전시회를 연다.

그는 "단체전 등에는 참여해왔지만 개인전을 열기엔 작품들이 만족스런 빛깔을 담지 못했다고 봤다"며 "이번에 첫 전시를 열면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만족하는 부분도 있기에 개인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아침해`, `가을녘`, `겨울달`의 애칭으로 불린다. 눈부신 해를 항아리에 담은 `아침해`와 봄과 가을 들판의 벼의 색인 초록과 갈색을 담은 `가을녘`, 백자인 `겨울달`이다.

이 작가는 "달항아리의 빛을 보면 같은 흰색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나름의 흰 빛들이 여럿 있다"며 "그런 부분이 꽤 적합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좇는데, 해항아리는 누런 빛에서부터 불그스름한 그런 어떤, 석양빛이 느껴질 수 있는 그런 빛깔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불어 표현하는 게 `가을녘`이라고 해서 약간은 쑥색 빛부터 누런 빛깔까지 색을 자유롭게 섞어 내보이는 작품으로, 벼들이 파랗다가 어느 순간 누렇게 익는 그런 풍경을 담은 것"이라며 "흰빛을 추구하는 것은 `겨울달`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메밀꽃처럼 흩뿌려진 밤하늘의 별들, 실눈 같은 초승달, 넉넉한 보름달, 나지막한 언덕너머에서 말갛게 솟아오르는 아침 해의 얼굴빛과 대기의 색감, 충만한 빛으로 점점 엷어지다 짙어지는 나뭇잎이며 풀들, 서산으로 넘어가며 물들어가는 하늘 빛과 대지의 색감과 온기, 세찬 비가 내린 후 산 안개 가득한 풍경과 펑펑 쏟아진 함박눈에 월백 설백 천지백(月白 雪白 天地白)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그 나름의 스타일을 담아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 이종수 도예가의 겉터진 항아리를 그만의 방식과 색깔을 입힌 건 대표적이다.

이 작가는 충남 금산 추부에서 작업을 한다. 그는 아직도 장작을 때서 가마에 불을 지피는데, 이는 아버지인 이종수 도예가가 생전에 직접 만든 가마로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그대로 이어 작업을 하고 있다. 도자를 만들면 초벌구이만 800도에서 15-20시간을 한다.

이 작가는 "만족스러운 빛깔을 담는 게 평생의 작업이지만, 기다림의 미학으로 과정을 이겨내며 만족스런 작품을 내보일 수 있도록 더 정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경애 보다아트센터 관장은 "이철우 작가는 아버지의 영향도 있지만 옛 도예 장인정신을 지금도 고수하는 작가로 정통 도자기를 계승하며 예술성과 작가 정신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전통적이면서도 모던한 현대인이 갖고 있는 감각, 자유스러움을 작품에 녹여내 이철우만의 도자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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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터진 항아리 Ⅱ cracked jar Ⅱ, 27 x 31㎝ 2011
겉터진 항아리 Ⅱ cracked jar Ⅱ, 27 x 31㎝ 2011
가을녘 around autumn, 40 x 3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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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mountain, 41 x 3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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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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