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그들의 의사 결정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합리적일까. 배가 부르면 음식 먹는 것을 멈추고, 내일의 건강을 위해서 오늘 당장 흡연을 중단하고, 집값이나 주가가 너무 오르면 집이나 주식을 더 이상 사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비만자나 환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며,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에서 거품도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과연 현실의 우리 인간은 의사결정에서 어떤 행태를 보일까. 시카고대학의 리처드 쎄일러(Richard H. Thaler) 교수는 이에 관한 여러 실험적, 이론적 연구들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2002년 다니엘 캐너멘과 버논 스미스, 2013년 로버트 쉴러에 이어 행태경제학 분야에서 네 번째 수상자가 된 것이다.

쎄일러 교수는 경제학 교과서에서 전제하는 경제주체들과는 달리 현실의 경제주체들은 대부분의 의사결정에서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제한된 합리성, 사회적 영향력, 자기통제력의 결여 때문이다. 쎄일러는 이로부터 나타 나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의 사례들을 다양한 실험적 연구를 통해서 발견해 냈다.

어떤 도시의 인구수를 가늠할 때 자신이 알고 있는 도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든가, 자신의 경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려 한다든가, 자신의 운전실력을 과도하게 신뢰한다든가, 동일한 문제라도 질문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든가 하는 제한된 합리성에 의한 의사결정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어느 조사에서는 좀 더 합리적일 것 같은 교수들도 94%나 자신이 평균적인 교수들보다 더 낫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또한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할 경우 혼자 먹을 때보다 더 먹게 되며, 사람들의 금연률이 높아졌다는 보도가 더 많은 금연자를 낳게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행동을 남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실험에서는 선분길이의 크고 작음의 비교에 대한 질문에 개별적으로는 정확하게 대답했으나, 집단적으로는 앞의 잘못된 대답을 그대로 따라서 응답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자기통제력의 결여도 자주 발견되는데, 백화점에서 75% 세일을 한다고 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충동구매를 하기 쉽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큰 통에 담아주면 작은 통에 담아주는 것보다 더 많이 먹었으며, 무한리필되는 스프 그릇을 사용했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은 스프를 먹었다는 것이다. 계획하는 자아와는 달리, 행동하는 자아는 항상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이와 같은 제한된 합리성, 사회적 영향력의 지배, 자기통제력의 결여 하에 놓여 있는 현실의 인간은 경제학 교과서의 인간과는 달리 항상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쎄일러는 이러한 잘못된 선택을 시정하기 위해 그들의 선택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적절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유도적 정부개입을 그는 `넛지(nudge)`라고 이름 붙였다.

넛지는 이제 민간에게 적절한 선택설계를 제공하는 역할을 통해 인간의 오류를 예방하고 보다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동안 쎄일러는 개인적인 또는 사회적인 선택의 개선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선택설계의 방안들을 제시해 왔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강제나 시장방임과는 다른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특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노벨경제학상 위원회가 수상 선정이유에서 밝혔듯이, 쎄일러는 경제적 분석과 심리적 분석을 결합해 행동경제학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공헌해 왔다. 우리가 합리적 인간의 행동이 항상 최적의 결과를 낳는다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비현실적 논리와는 달리 현실의 여러 경제적 행태들을 잘못된 결과를 낳기 쉬우며, 또 넛지를 통해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쎄일러를 비롯한 행태경제학자(behavioral economist)들의 덕분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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