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 명목으로 거금 가로채

지난 8월 대전지역 중소기업 경리직에 지원했던 최모(26·여)씨는 최근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채용했던 직원이 갑자기 일을 그만 둬 전화로 간단한 면접만 진행하고 최씨를 합격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오랜 기간 취업준비에 지쳐 있던 최씨는 한달치 급여를 미리 넣어주겠다는 회사의 말에 즉시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비밀번호까지 넘겼다.

이후 최씨는 계좌로 수차례 큰 돈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점을 의심해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 검색해보고 나서야 전형적인 취업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반기 채용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취업준비생을 노리는 `취업사기`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취업난에 지친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함을 범죄에 악용하는 것이다.

특히 최씨 사례처럼 취업준비생들의 명의로 대포통장을 개설하는 금융범죄는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구직자들을 범죄에 연루시키는 상황까지 초래한다.

취업사기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최씨 사례와 같은 금융사기다. 구직자가 최종 합격한 것처럼 속여 허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주고 급여 등을 핑계로 계좌번호·비밀번호 등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다.

회사 관계자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취업시켜주겠다며 소개비 등 청탁비용을 빼돌리는 유형도 있다.

지난 5월에는 전북 전주에서 대기업 간부를 잘 안다며 자녀를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2800여만 원을 가로챈 A씨(54·여)가 대전에 은신해오다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다. A씨는 신원을 감추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자동차 제조사 임직원들과 친분이 있다고 강조하거나 울산지역에 땅을 소유한 재력가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대전에서도 지난해 7월 B씨(58)에게 아들을 취직시켜주겠다고 속이고 알선비로 4000여만 원을 받아 빼돌렸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C씨(32)에게 두 차례에 걸쳐 군무원으로 취업시켜주겠다며 사전교육비 명목으로 34만 원을 가로챈 일도 발생했다.

취업된 후에도 회사가 사전공지했던 내용과 다른 처우를 하는 것도 취업사기에 해당한다. 지난달 대전지역에서 회계사무소에 취업에 성공한 문모(32)씨는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기재돼 있던 연봉이 200만 원 이상 차이나는 것을 알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취업이 절실할수록 믿을 만한 직장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입사조건·근무조건·연봉, 입사일 등을 서면이나 문자메시지·통화녹음 등으로 남겨놓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취업사기 혐의로 기소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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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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