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와 죽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시작과 종결일수도 있겠으나 영생을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또 하나의 출발이니, 옳은 답이 아니다. 분명한 건, 태어날 때 혼자는 불가능하지만 죽을 때는 혼자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 맞는 죽음을 `고독사`라 부른다. 행정용어로는 `무연고사망자`가 가깝다. 정부에 따르면 무연고사망자는 거주지나 길거리, 병원 등에서 숨졌지만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사망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시신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무연고사망자는 전국적으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지난해 무연고사망자는 1232명. 2011년 693명에 비해 5년 사이 77.8% 급증했다. 무연고사망자 증가에서 천안도 예외는 아니다. 천안시는 2015년 무연고사망자 발생 상위 10개 지역 중 충남 시·군에서 유일하게 8위에 올랐다.

무연고사망자 등 고독사는 흔히 노년층 문제로 치부됐다. 인구 고령화로 고독사에 취약한 독거노인이 늘며 사회안전망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대두됐다. 실제 천안도 지난 4월 `천안시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 및 지원 조례`가 의원발의로 제정됐다. 조례는 고독사에 대한 지역사회 관심을 환기시키고 예방 대책을 담았지만 대상이 노인에 한정됐다. 고독사는 노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독사의 전 단계인 고독한 삶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된 이들에게 고독사는 먼 미래가 아닌 눈 앞의 현실이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 지난 추석명절 전 천안의 여성장애인활동가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혼자 힘으론 잠자리 자세도 바꿀 수 없는 그 여성장애인은 지난 여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고독한 삶에 방치돼 생사의 기로에 놓인 최중증장애인들이 세상을 등지지 않도록 24시간 활동보조인 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추석 연휴기간 공중파 TV에서 방영된 독립영화 `시소`의 주인공인 천안의 한 장애인인권활동가도 최근 병세가 위중해 한달 넘게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오갔다. 그의 병원비 부담을 덜기 위해 주변에서 모금을 진행하지만 고독한 삶에 놓인 모든 이들이 그런 관심과 지지를 받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고독사로 이어지는 고독한 삶을 강제하는 사회적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행복한 세상은 오지 않는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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