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란 기계로부터 만들어진 지능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기계는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로 정의돼 왔다. 한편 지능은 도전적인 새로운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 사전지식과 경험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공통적으로 적응력, 학습능력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정의에서 기계가 지능을 만들어 낸다는 개념은 다분히 역설적이다. 상황을 판단해 업무지시를 내리는 일, 즉 지능이 없으면 기계는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는데, 역으로 기계가 지능을 만든다는 개념이 인공지능의 정의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떻게 기계로 지능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사전지식과 경험을 적용해 판단하는 능력을 기계가 학습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일까? 그 대답은 대체로 "그렇다"고 보는 것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기본자세이다. 학습은 반복 훈련을 통해 강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반복 훈련시킬 수 있는 기계가 곧 슈퍼컴이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컴은 인공지능을 생산하는 필수적인 기계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은 슈퍼컴을 통해 학습을 하고, 주어진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슈퍼컴은 인간의 두뇌가 하는 역할과 닮아 있다. 하지만, 특정한 목적을 위해 순간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처리속도는 인간 두뇌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성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컴퓨터(고속계산기)가 해왔던 것과 인공지능 슈퍼컴이 할 수 있는 것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율적인 판단력과 학습능력이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의 예를 살펴보자. 알파고가 이세돌 프로와의 대결 중 프로기사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변칙수를 둔 사례를 두고, 프로기사들은 `이렇게 두면 안된다`는 대표적인 개념을 완전히 깨는 변칙수들을 뒀다고 말했다. 만약 알파고가 인간의 지시를 단순히 빠르고 정확하게만 처리하는 기계였다면, 이러한 변칙수 시도는 아마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바둑에서 승리라는 목적을 두고 학습된 인공지능 알파고는 목적을 위해 변칙적인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판단력을 자체적으로 지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처음의 알파고는 인간들의 엄청난 기보를 반복 학습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이세돌 프로와 겨루었다. 그 이후 알파고는 셀프대국(강화학습)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켰다.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은 알파고가 사람이 입력한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해 훈련을 거쳐 능력이 개선됐다는 사실이다.

자율성과 학습능력은 우리가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생각해왔던 기계의 속성과는 차이가 큰 능력이다. 인간은 기계에게 인간의 물리적인 능력을 뛰어넘는 반복 작업 또는 시키는 일을 빠르게 실행하는 단순작업을 요구해왔다. 그러한 방법으로 자동화, 전산화 등 효율화를 추구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기계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에 더해 자율성과 학습능력을 부여할 수 있고, 이를 손쉽게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 진보를 통해 기술, 산업, 서비스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간의 지적노동, 그 중에서도 과거 유사한 경험을 참고하고, 미리 정해 놓은 매뉴얼에 의거해 의사결정을 하는 직업 또는 업무는 급속히 인공지능 슈퍼컴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화이트칼라 사무직에 해당하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새로운 일자리는 창의적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경영관리분야, 컴퓨터 및 수학분야, 건축엔지니어링분야, 영업관련분야 등에서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가운데 여성의 일자리는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규 일자리 중에서 여성의 종사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라질 일자리 중에 여성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 근거한다. 이는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바꿔주는 한편, 디지털 격차 등 또 다른 경제적 불평등의 우려도 함께 발생시키는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는 산업혁명 이후 지속된 논쟁거리이고, 기술이 확산되고 정착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사회적 준비시간은 점점 더 촉박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기술의 진보에 사회적 제어성을 확보해갈 것인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서민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미래정책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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