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 쓰려면 500만원" 발전기금 강요 유족 반발

충북 제천과 충남 부여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묘를 쓰려면 돈을 내야 한다며 장의차를 가로막아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16일 제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제천지역 한 마을회관 앞에서 한 유족과 마을주민이 통행료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장사를 지내기 위해 경기도에서 제천 선산을 찾은 유족에게 마을발전 기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제천시청에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양지역에서도 이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천에 사는 박모씨는 "최근 아버지의 묘자리로 단양지역 선산으로 모시려고 했지만 이 지역 마을주민들의 반대와 발전기금 권유로 납골당에 모셔야만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앞서 부여에서도 동일한 일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8월 8일 오전 7시경 부여군 한 마을에서 이장 A씨 등 주민 4명이 1t 화물차로 장의차를 가로막고서 "마을 주변에 묘를 만들려면 500만원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것.

유족은 오래전 매입한 마을에서 1.5㎞ 정도 떨어진 야산에 매장하려고 어머니 시신을 운구차로 모셔오던 중이었다.

유족은 마을 주민들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장례 절차가 너무 늦어질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350만원을 건넨 뒤 묘소로 갈 수 있었다.

유족은 "주민들 때문에 장례 절차가 2시간 가량 지체됐고, 마을 주민들이 통행료 명목으로 부당하게 돈을 받아갔다"며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었고, 결국 부여경찰서가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유족과 A 이장 등 주민 4명을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중이다.

마을 주민들은 경찰 조사에서 "유족에게 받은 돈은 마을발전기금 명목이고 마을에 묘를 쓰는 유족은 통상적으로 돈을 냈다, 승강이는 2시간이 아니라 몇 십분 정도만 벌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마을 주민들이 장의차를 가로막고 돈을 받은 행동이 장례식 등의 방해, 공갈 혐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형법상 장례식 등 방해죄와 공갈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외지인들이 마을 인근에 묘지를 써야 할 경우 상당수의 마을에서 관례적으로 마을기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불똥이 또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남수·이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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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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