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고려 태조 왕건 동상 건립을 추진해 시의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천안의 역사 정체성 확립을 위해 왕건 동상 건립이 필요하다는 반면 시민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성급히 추진할 일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에 따르면 내년도 신규시책에 고려 태조 왕건상 건립을 포함했다. 천안시는 태조 왕건 동상 건립을 위해 내년에 시가 나서 `왕건 동상 시민건립위원회`를 만들어 시민건립위와 천안시 공동으로 태조산에 왕건 동상을 건립한다는 구상이다. 소요예산은 5억 원으로 추산됐다. 시는 시민모금 전개 뒤 부족 예산은 시비를 편성해 충당할 방침이다. 왕건 동상 형태는 북한 현릉 출토 왕건상과 지난해 6월 천안시 목천읍에서 출토돼 왕건상으로 추정되는 청동상을 참조할 계획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천안은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 통일 발판 마련을 위해 천안부를 설치하고 태조산 이름도 왕건으로 유래된 만큼 왕건과 인연 깊다"며 "시민과 함께 왕건 동상 건립시 도시브랜드 및 지역 정체성 확립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역사 고증 등 역사성을 반영해야 하는 만큼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시민 김모(45·청수동)씨는 "역사조형물은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 있는 만큼 건립에 신중해야 한다"며 "천안시가 10여 년 전 시민 화합과 역사 정체성 확립을 명분으로 수억 원을 투입해 천안 시민의 종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볼 수도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 이상명 집행위원장은 "단체장 등을 새로 뽑는 지방선거가 예정된 내년에 시가 관여해 시민모금으로 진행해야 할 만큼 태조 왕건 동상 건립이 시급한 현안인지 의문"이라며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렬 천안역사문화연구소장은 "태조 왕건과 천안이 뿌리 깊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념 사업은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먼저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수립 뒤 필요하다면 왕건 동산 건립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도 시민모금은 가능하다"며 "고려 태조 왕건상 건립사업의 선거법 저촉 여부는 좀 더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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