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처럼 긴 연휴는 처음이다. 가족을 만나는 즐거움, 반가움으로 행복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추석 연휴에 날벼락 맞듯 반려동물에서 유기동물로 운명이 바뀐 슬픈 이야기가 뉴스로 여러 번 보도되었다. 반려동물이 꾸준히 늘면서 무려 1000만을 헤아릴 정도가 되었고, 스타 연예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고,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성황을 이룰 정도로 반려동물은 가족의 반열에 올랐다고 느낄 정도로 동물사랑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동물을 학대할 경우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 받는 사례도 종종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에서 유기동물로 신세가 바뀌는 사례가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년째 해마다 8만 마리 안팎에 이르니 매일 200여 마리씩 버려지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올해 5월 연휴기간에 2120마리가 주인에게 버려지고, 휴가가 있는 8월에 8936마리가 버려졌다고 포인핸드가 보고하였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사랑을 듬뿍 받는 반려동물에서 한순간에 유기동물로 전락하면, 그 운명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이리저리 길거리를 배회하며 굶주림 속에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 들개로 변신하여 번식하며 무리를 지어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다행히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를 받아 다른 가정에 입양이 되면 새로운 반려동물의 삶을 회복하게 되지만, 일정기간 내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우리에게 가족처럼 소중한 존재가 또 있을까?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생각하며 온갖 정성을 다해 보살피는데, 이유야 어찌되었든 반려동물 주인의 변심으로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다니…. `가족`이란 의미에서 `반려동물`로 부르고 있는데, 마구 버려서야 되겠는가? 1인 가구가 늘고 자녀 없이 사는 부부도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더욱 늘어가는 추세인데, 변심으로 버릴 수도 있는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반려동물은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여러 모로 유익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순간에 유기동물로 만드는 것은 역으로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퍼듀대학의 멜슨 박사에 따르면 미국 아이들 10명 중 4명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집에 펫(pet·반려동물)이 있고 90%는 어린 시절 동안 키우며 살고 있다.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면 아이들에게 좋은 점 많아 매우 유익하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책임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반려동물에게 사료를 주고 산책을 시키고 배설물을 치우면서 책임감을 배운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펫을 키우는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다는 연구결과이다. 동물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아이들이 스스로 반려동물에게 선생님의 역할을 하며 무언가 가르쳐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행동까지 있어 학습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사회적 관계기술이 향상되어 동물을 키우며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나 행동,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목소리 톤이나 배려까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동물이 수명을 다하여 죽는다는 것에 아이들도 `상실경험`을 하며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감정학습을 하게 된다. 이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한번 태어나면 죽는다는 인생의 배움을 아이들 또한 성장하면서 겪게 되니, 이 또한 인생을 배우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사람만큼이나 많은 수의 동물이 있다고 한다. 함께 사는 가족 반려동물을 장난감처럼 좋아할 때는 한없이 좋아하고 싫증이 나거나 필요치 않다고 버리는 것을 우리의 삶에 투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도 즐거울 땐 행복하고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땐 버려지는 어떤 물건들과 같다면 어떻겠는가? 반려동물을 버려서도 안 되겠지만,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유기동물에게 다시 반려동물의 삶을 회복시켜준다면 우리의 행복도 그만큼 더 커지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즐거운 명절연휴를 보냈다는 소식이 많이 보도되기를 기대해본다. 장혜자 대덕대학교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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